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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수중데크 시공, 육상과 뭐가 다른가 | 전주 기지제 현장에서 배운 것들

by 나무러버 2026. 6. 6.
조경 현장 이야기 · 전주 기지제 · 2020년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어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전(水戰)은 달랐다. 수심 10m 저수지 위에서 말뚝을 박고, 흔들리는 보트에서 GPS로 측량을 하고, 일주일 동안 난간 하나를 붙잡고 씨름했다. 공사비 40억, 수중 데크 820m. 전주 기지제 순환형 산책로 조성공사 이야기다.

공사 개요 — 규모가 남달랐다

2020년 전주시 덕진구 기지제 저수지 일원에서 진행된 '기지제 순환형 산책로 조성공사'는 총 공사비 40억 원 규모의 대형 조경 프로젝트였다. 총 산책로 구간 1.37km, 폭 2.5m로 구성됐으며 이 중 수중 데크 820m, 육상 황토 포장 512m, 24m 목교 1개가 포함됐다. 조경 공사 규모로는 꽤 큰 축에 속하는 공사였다.

공사 개요
공사명: 기지제 순환형 산책로 조성공사
위치: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기지제 일원
총 공사비: 약 40억 원
총 구간: 1.37km (폭 2.5m)
수중 데크: 820m / 육상 황토포장: 512m / 목교: 24m 1개
시공 연도: 2020년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수전이 제일 힘들었다

그간 산 위에서도, 땅속에서도 수많은 현장을 겪어왔다. 하지만 물 위에서의 공사는 차원이 달랐다. 수중 데크 구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새로운 싸움이었다.

습지 구간 20%
저수지 주변 20% 구간은 습지였다. 철판을 깔고 이동하면서 굴착기로 말뚝을 박으며 나아갔다.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간 겪어온 경험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흔들리는 보트에서 GPS 측량 — 반나절에 한 점

수중 데크는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설계됐다. 곡선이라는 건 각 지점마다 일일이 측량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GPS를 이용해 말뚝 지점을 찾아야 했는데, 고정되지 않은 보트 위에서 측량을 시작했다.

아찔했던 순간
저수지라지만 바람이 불면 물결이 일고 보트가 흔들렸다. 흔들리는 보트 위에서 한 점을 찍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이런 속도로는 측량만 하다가 공사 기간이 끝날 판이었다.

결국 방법을 바꿨다. 물 위가 아닌 수변에 두 지점을 먼저 찍고, 방향을 맞춘 뒤 거리를 재어 지점을 찾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말뚝을 하나씩 박고 나면 그 말뚝에 보트를 고정했다. 고정점이 생기니 흔들림이 줄었고 시간도 점점 단축됐다.

바지선 위의 굴착기
바지선을 움직이는 동력은 특별했다. 배 위에 올라탄 굴착기가 노를 저었다. 작은 보트는 방향을 잡았고, 작은 움직임은 로프로 조절했다. 육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습지구간 말뚝 항타

▲ 습지 구간 말뚝 항타

바지선 위 수중 항타

▲ 바지선 위 수중 항타

수심 10m, 말뚝 2개를 연결해서 박다

저수지 주변 데크라고 해서 얕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깊은 구간은 수심이 10m에 달했다. 8m짜리 말뚝 하나로는 부족했다. 두 개를 연결해 박아야 했다.

바지선 위에서 굴착기로 먼저 천공을 하고, 가이드를 설치한 뒤 말뚝을 바이브레이터로 박아 넣었다. 최소 2m 이상을 지반에 박았고, 말뚝을 박을 때마다 재하시험을 거쳐 안전성을 확인하며 한 발씩 나아갔다.

말뚝을 다 박았을 때
말뚝 박기가 끝났을 때 아직 공사는 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왠지 공사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이번 공사의 핵심은 기초였다. 기초가 끝났다는 건 고비를 넘겼다는 뜻이었다.

항공사진 속 곡선 — 점들이 하나의 선이 됐다

말뚝을 박은 뒤 두부 정리를 하고, 베어러 설치, 조이스트 설치까지 마쳤다. 공사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 항공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의 감동
항공사진 속에서 자연스러운 곡선이 살아났다. 흔들리는 보트 위에서 하나하나 찍어낸 점들이 결국 하나의 곡선으로 완성된 것이다.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수중데크 시공 전경

▲ 말뚝 시공 후 완성된 곡선 전경

일주일을 붙잡고 씨름한 난간 하나

공사 중 또 하나의 복병이 있었다. 난간이었다. 철제 난간을 적용했는데 결합 부분이 구조적으로 약해 많이 흔들렸다.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일주일을 난간 디자인에 매달렸다. 디자인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뮬레이션을 반복했고 2년 전에 배워둔 스케치업(3D 작업 프로그램)으로 보고 자료를 만들었다. 다행히 통과됐고 공사는 원활하게 마무리됐다.

스케치업이 빛을 발한 순간
2년 전에 따로 시간을 내서 배워둔 3D 스케치업이 그때 진가를 발휘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3D로 시각화해서 보여주니 설득이 훨씬 쉬웠다. 미리 배워둔 것이 결정적인 순간에 힘이 됐다.

공사가 끝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데크 위를 걸을 때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항상 일 생각이 가득했다. 모든 공정을 다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홀가분하게 현장을 떠날 수 있었다.

1년 후 다시 찾은 기지제

공사가 끝나고 약 1년 뒤, 다시 기지제를 찾았다. 시민들이 그 위를 걷고 있었다. 좋았다. 시민들도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어깨가 으쓱했던 순간
지나가던 분들이 "와! 잘해났네!", "좋다!"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말 한마디에 왠지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게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다.

수전(水戰)이 남긴 것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어봤지만 수전이 제일 힘들었다. 흔들리는 물 위에서 점 하나를 찍기 위해 반나절을 버텼고, 수심 10m 아래로 말뚝을 박았고, 일주일 동안 난간 하나와 씨름했다.

그렇게 찍은 점들이 모여 820m의 곡선이 됐다.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
이 현장을 마지막으로 나는 회사를 떠났다. 내 손으로 완성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내 뒤를 이어 잘 마무리해준 것에 감사할 뿐이다. 준공 이후 시민들의 반응은 좋았고 언론에서도 긍정적으로 다뤄줬다.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전주는 내 모교가 있는 곳이다. 그 도시에서 선후배들과 함께 땀을 흘렸던 시간이 지금도 소중하게 남아있다. 그 곡선 위를 오늘도 누군가 걷고 있을 것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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