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지피식물이란 뭔가요
- 지피식물을 쓰는 이유 — 잔디만이 답은 아니다
- 조경에서 자주 쓰이는 지피식물 종류
- 환경별로 맞는 지피식물 고르는 법
- 심을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
- 자주 묻는 질문
지피식물이란 뭔가요
지피식물(地被植物)이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낯설 수 있는데, 한자 그대로 '땅을 덮는 식물'입니다. 키가 낮고 옆으로 퍼지면서 지면을 빽빽하게 채우는 식물들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잔디도 넓게 보면 지피식물 중 하나고, 맥문동, 수호초, 돌나물, 꽃잔디 같은 것들도 전부 여기 해당됩니다.
정원이나 공원을 설계할 때 나무와 관목이 공간의 뼈대를 잡는다면, 지피식물은 그 아래 바닥을 마무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빈 땅을 그냥 두면 잡초가 올라오고 흙이 유실되는데, 지피식물이 그걸 막아주면서 동시에 보기에도 좋은 경관을 만들어주죠. 조경에서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물군입니다.
지피식물을 쓰는 이유 — 잔디만이 답은 아니다

맥문동 —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대표적인 지피식물
많은 분들이 바닥을 덮는다고 하면 잔디만 떠올립니다. 그런데 잔디는 관리가 생각보다 많이 듭니다. 정기적으로 깎아야 하고, 햇빛이 부족하면 잘 자라지 않고, 답압(밟힘)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그늘진 나무 아래, 경사진 곳, 좁은 틈새 — 잔디가 버티기 어려운 조건이 꽤 많습니다.
이럴 때 지피식물이 진가를 발휘합니다. 그늘에 강한 것, 건조에 강한 것, 경사지에서 뿌리를 잘 내리는 것, 척박한 토양에서도 버티는 것 — 조건에 맞는 지피식물을 고르면 잔디보다 훨씬 손이 덜 가면서도 안정적인 경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관리 측면에서 보면 장기적으로 훨씬 경제적이기도 하고요.
조경에서 자주 쓰이는 지피식물 종류
맥문동 (Liriope muscari)
조경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지피식물입니다. 아파트 단지, 공원, 도로변 어디서든 볼 수 있을 만큼 국내 조경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쓰입니다. 여름에 보라색 꽃이 피고, 가을에 까만 열매가 달리는데 그것도 나름 포인트가 됩니다. 상록이라 겨울에도 잎이 남아있고, 그늘에 강하고, 건조에도 어느 정도 버팁니다. 딱히 단점을 꼽기 어려운 식물입니다.
특징: 상록, 그늘 강함, 관리 쉬움, 보라색 꽃 (6~8월) 적합한 환경: 나무 아래 그늘, 경계부, 법면
수호초 (Pachysandra terminalis)
일본에서 많이 들어온 지피식물인데, 국내에도 많이 정착했습니다. 맥문동과 비슷하게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데, 잎이 더 넓고 초록색이 진해서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봄에 흰 꽃이 올라오는데 작고 소박하지만 괜찮습니다. 빽빽하게 퍼지면서 잡초를 거의 못 올라오게 막아주는 효과가 탁월합니다.
특징: 상록, 그늘 강함, 잡초 억제 효과 우수, 흰 꽃 (봄) 적합한 환경: 수목 하부, 건물 북측, 그늘진 정원
꽃잔디 (Phlox subulata)
봄이 되면 분홍, 보라, 흰색 꽃이 지면을 가득 덮는 식물입니다. 꽃이 필 때는 진짜 예쁩니다. 경사지나 암석 정원, 건조한 땅에서 특히 강하고, 한번 자리를 잡으면 거의 알아서 삽니다. 꽃이 지고 나면 평범한 초록 잎만 남는데, 그게 조금 아쉬운 점이긴 합니다.
특징: 반상록, 봄꽃 화려함, 건조 강함, 양지 필요 적합한 환경: 경사지, 암석 정원, 건조한 양지
돌나물 (Sedum sarmentosum)
우리나라 자생식물입니다. 봄에 나물로도 먹는 바로 그 돌나물이에요. 생명력이 워낙 강해서 척박한 땅, 건조한 곳, 심지어 바위 틈에서도 잘 자랍니다. 노란 별꽃이 피는 것도 예쁘고, 자생식물이라 우리 환경에 잘 맞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구하기도 쉬워서 현장에서 자주 씁니다.
특징: 다육질 잎, 극한 건조 강함, 노란 꽃 (5~6월), 자생식물 적합한 환경: 척박지, 건조한 양지, 옥상 녹화, 암석 정원
잔디류 — 들잔디 / 금잔디 / 버뮤다그래스
가장 전통적인 지피식물입니다. 들잔디는 우리나라 자생종으로 고온 건조에 강하고 내답압성이 좋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적합합니다. 금잔디는 들잔디보다 잎이 가늘고 색이 예뻐서 고급스러운 정원에 많이 씁니다. 버뮤다그래스는 축구장 같은 운동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종류로 회복력이 매우 강합니다.
특징: 내답압성 우수, 넓은 면적에 적합, 정기적 예초 필요 적합한 환경: 광장, 운동 공간, 넓은 마당, 공원
비비추 (Hosta)
잎이 크고 넓어서 시원한 느낌을 주는 식물입니다. 그늘에서 정말 강하고, 여름에 보라색이나 흰 꽃이 길게 올라오는 게 아름답습니다. 잎 모양과 색이 다양한 원예 품종이 많아서 정원에서 포인트 식물로도 쓰입니다. 습기가 있는 곳을 좋아하니까 물이 잘 고이는 반음지 쪽에 심으면 특히 잘 자랍니다.
특징: 대형 잎, 그늘 강함, 보라·흰 꽃 (7~8월), 습윤 선호 적합한 환경: 나무 아래, 계류 주변, 반음지 정원
리리오페 스피카타 (Liriope spicata)
맥문동과 비슷하지만 더 가늘고 퍼지는 속도가 빠릅니다. 넓은 면적을 빠르게 덮어야 할 때 유리합니다. 맥문동보다 조금 더 건조에 강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버팁니다. 대규모 조경 공사에서 넓은 법면이나 경사지를 빠르게 녹화할 때 많이 씁니다.
특징: 빠른 피복, 건조 강함, 상록, 대면적 적합 적합한 환경: 법면, 대규모 공원, 도로변
줄사철 (Euonymus fortunei)
줄기가 땅을 기거나 다른 것에 붙어서 뻗어나가는 식물입니다. 잎에 흰 테두리나 노란 무늬가 있는 원예 품종이 많아서 단조로운 그늘 아래를 밝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담장이나 벽면에도 붙어서 올라가기 때문에 수직 녹화에도 씁니다.
특징: 상록, 무늬 잎으로 밝은 느낌, 수직 녹화 겸용 적합한 환경: 담장 아래, 그늘진 경사지, 건물 주변
클로버 (Trifolium)
최근 자연주의 정원이 유행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식물입니다. 예전에는 잡초 취급을 받았는데, 이제는 오히려 의도적으로 심는 경우가 많습니다. 뿌리혹박테리아가 질소를 고정해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주고, 꿀벌 등 수분 매개 곤충을 불러들이는 생태적 기능도 있습니다. 관리도 거의 필요 없고요.
특징: 질소 고정, 생태 기능, 관리 최소, 흰꽃 귀여움 적합한 환경: 자연주의 정원, 생태 공원, 넓은 잔디밭 혼합 식재
수레국화·벌개미취 등 야생화류
한 종류로 묶기는 어렵지만, 최근 조경에서 야생화 지피 식재가 많이 늘었습니다. 관리가 거의 필요 없고,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어 변화감이 있습니다. 생태 정원, 빗물 정원, 공공 녹지에서 특히 많이 씁니다. 단, 초기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 잡초와의 싸움이 있어서 첫 1~2년은 관리가 필요합니다.
특징: 계절 변화, 생태적 가치, 자연스러운 분위기 적합한 환경: 생태 정원, 공공 녹지, 자연주의 정원
환경별로 맞는 지피식물 고르는 법
지피식물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환경 조건입니다. 아무리 예쁜 식물이라도 맞지 않는 환경에 심으면 결국 고사하거나 볼품없어집니다.
환경 조건 추천 지피식물
| 그늘 (나무 아래, 북측) | 맥문동, 수호초, 비비추, 줄사철 |
| 양지 + 건조 | 꽃잔디, 돌나물, 리리오페 스피카타 |
| 경사지 · 법면 | 꽃잔디, 돌나물, 리리오페, 잔디류 |
| 습윤한 곳 | 비비추, 수호초, 야생화류 |
| 척박지 · 옥상 | 돌나물, 세덤류, 클로버 |
|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 | 들잔디, 버뮤다그래스 |
| 자연주의 정원 | 클로버, 야생화류, 벌개미취 |
심을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
지피식물은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관리가 쉬워지지만, 초기 식재 단계에서 몇 가지를 신경 쓰면 나중이 훨씬 편해집니다.
식재 간격: 대부분의 지피식물은 15~25cm 간격으로 심으면 1~2년 내에 지면이 덮입니다. 빨리 덮기를 원하면 간격을 좁히면 되지만 비용이 올라갑니다. 맥문동 기준으로 1㎡에 보통 16~25주 정도 들어갑니다.
초기 잡초 관리: 지피식물이 완전히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잡초가 올라옵니다. 방초시트(잡초방지포)를 깔고 그 위에 심거나, 초기 1~2년은 주기적으로 잡초를 제거해줘야 합니다. 이 단계를 잘 버티면 그 다음부터는 지피식물 스스로 잡초를 억제합니다.
토양 준비: 아무리 척박지에 강한 지피식물이라도 식재 전 토양 개량을 해주면 초기 활착이 훨씬 빨라집니다. 퇴비나 부엽토를 10~15cm 깊이로 섞어주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큽니다.
식재 시기: 봄(3~5월)이나 가을(9~10월)이 적기입니다. 한여름이나 한겨울 식재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활착 전에 극한 온도에 노출되면 고사율이 올라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맥문동과 수호초 중에 뭘 심어야 하나요?
둘 다 그늘에 강하고 관리가 쉬운 건 같습니다. 차이라면 맥문동은 잎이 가늘고 좁아서 자연스러운 느낌, 수호초는 잎이 넓고 진한 녹색이라 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입니다. 잡초 억제 효과는 수호초 쪽이 더 강한 편입니다. 취향의 차이긴 한데, 현장에서는 맥문동이 훨씬 많이 쓰입니다. 구하기 쉽고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고요.
Q. 지피식물 심고 나서 얼마나 지나면 자리를 잡나요?
식물 종류와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년이면 어느 정도 덮이고, 2년이면 거의 완성됩니다. 맥문동이나 리리오페처럼 포복성이 강한 것들은 첫 해부터 빠르게 퍼집니다. 수호초는 조금 더 천천히 퍼지는 편입니다.
Q. 옥상 정원에 지피식물을 심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요?
옥상은 건조하고 바람이 강하고 토심이 얕은 환경입니다. 돌나물, 세덤류(기린초, 섬기린초 등)가 가장 적합합니다. 가볍고 건조에 극강으로 강합니다. 맥문동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토심이 최소 20cm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Q. 지피식물 사이로 잡초가 너무 많이 올라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완전히 덮이기 전까지 생기는 현상입니다. 방초시트를 사전에 깔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지피식물 사이 빈 공간에 우드칩이나 자갈로 멀칭을 해주는 게 효과적입니다. 잡초가 올라오는 공간을 물리적으로 막아주는 방식입니다. 제초제는 지피식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 가능하면 손으로 제거하는 걸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