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64

9월 말에 밤꽃이 피다니 | 절개지 밤꽃의 진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절개지에 밤꽃 같은 꽃이 보입니다. 9월 말인데 밤꽃이라니. 저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분명 밤꽃처럼 생긴 흰 꽃이삭이 절개지 곳곳에 피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밤꽃 특유의 그 진한 향기가 없었습니다. 구례는 밤으로 유명한 곳이라 어릴때부터 밤꽃 향기를 지겨울만큼 맡아왔는데, 아무리 맡아봐도 그 향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저게 정말 밤꽃일까요.밤꽃은 9월에 피지 않는다밤꽃은 6월에서 7월 사이에 피는 꽃입니다. 길고 흰 꽃이삭이 달리고 특유의 강한 향기가 납니다. 그 향이 워낙 독특해서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갈리는 꽃이기도 해요. 9월 말은 밤꽃이 피는 시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꽃이 지고 밤이 한창 익어가는 시절입니다. 시기도 맞지 않고 향기도.. 2026. 9. 17.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 올여름 조경 현장을 뒤덮은 나팔꽃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오래된 노래 가사 한 줄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올여름은 유독 나팔꽃이 많습니다. 칡이나 환삼덩굴보다 오히려 나팔꽃 덩굴이 수목을 타고 올라간 모습이 더 눈에 띌 정도예요.나팔꽃, 영어로는 Morning Glory나팔꽃의 영어 이름은 Morning Glory, 아침의 영광이라는 뜻입니다.새벽 3~4시에 봉오리가 벌어지기 시작해 아침 9시면 활짝 핍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아침에 보여주고 오후가 되면 꽃잎을 오므리고 조용히 져버려요. 그래서 꽃말도 덧없는 사랑, 허무한 사랑입니다.참고로 고구마꽃과 메꽃도 나팔꽃과 같은 메꽃과 집안 식물이에요. 생김새가 비슷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하루짜리 꽃인데 왜 여름 내내 피어있을까꽃 하나의 수명은 반나절에 불과하지만 나팔꽃은 여름 내내 .. 2026. 9. 8.
예초 작업하다 스위스가 떠올랐다 | 유럽 들판은 왜 저렇게 깔끔한가 예초 작업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유럽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저 넓은 들판을 도대체 어떻게 관리하는 걸까.예초기도 없이 저렇게 깔끔할 수가 있나.조경 일을 하다 보니 일반 관광객과는 다른 눈으로 풍경을 보게 됩니다.아름답다는 감탄보다 저걸 어떻게 관리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스위스에서 직접 본 풍경산 전체가 초록 카펫을 깔아놓은 것처럼 낮고 균일하게 풀이 덮여 있었습니다. 집과 집 사이, 도로 옆, 산비탈 어디를 봐도 풀의 키가 일정하게 낮았어요. 마치 누군가 정성껏 예초기로 밀어놓은 것처럼 깔끔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넓은 면적을 관리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예초기 소리도, 작업자도, 장비도 없었습니다. 구름이 산을 감싸고 눈 쌓인 봉우리가 배경이 되는 그 풍경 속에서.. 2026. 8. 28.
숲에 약을 칠 수는 없다 | 재선충 시대, 조경 전문가가 내린 결론 지금 이 속도라면 10년 안에 우리나라 소나무림의 78%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재선충 피해 고사목은 2021년 31만 그루에서 2026년 177만 그루로 불과 5년 만에 여섯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고사목이 늘수록 매개충 서식지가 넓어지고, 가뭄까지 겹친 지금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지금 손을 놓으면 애국가 속 소나무가 사라지는 현실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습니다.🔴 재선충 고사목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는가1~3년 — 악순환이 시작된다재선충으로 죽은 소나무를 그대로 두면 고사목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완벽한 서식지가 됩니다. 고사목 속에서 매개충이 번식하고 이듬해 봄 우화해 주변 건강한 소나무로 날아갑니다. 고사목이 많을수록 매개충도 많아지고, 매개충이 많을수록 다음 해 피해목이 더 늘어.. 2026. 8. 27.
숲은 스스로 자란다 | 잡초부터 낙랑장송까지, 천이의 긴 여정 요즘 남부지방 가뭄이 심합니다. 저수율이 바닥을 치고 조경수와 가로수가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이상한 걸 봤어요. 바위 절벽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멀쩡히 살아있는 겁니다. 저 척박한 곳에서 어떻게 물을 끌어오는 걸까.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그냥 나무 한 그루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 숲이 자라고 변해가는 천이의 이야기구나 하는 것이었어요.천이란 무엇인가 — 숲은 어떻게 자라는가천이(遷移)란 한 지역의 식물 군락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군락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숲이 자라는 과정이에요. 산불이 난 자리, 공사가 끝난 빈 땅, 오랫동안 방치된 밭, 이런 곳을 그냥 놔두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맨땅이지만.. 2026. 8. 22.
어제 제초하다 깨달았다 | 뿌리는 안 뽑히고 줄기만 부러지는 잡초 5종 어제 제초 작업을 하다가 이상한 걸 느꼈습니다. 뿌리는 땅속 깊이 박혀서 도무지 뽑히질 않는데, 줄기는 조금만 힘을 주면 툭 부러집니다. 처음엔 그냥 넘어갔는데 한참 작업을 하다 보니 문득 깨달았어요. 이게 우연이 아니라는 걸요. 줄기가 부러지면 사람은 뽑았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뜨지만, 뿌리는 멀쩡히 땅속에 남아 다시 싹을 올려보냅니다. 순간 이놈 너무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뿌리는 깊고 줄기는 잘 부러지는 잡초들이 있습니다. 조경 현장에서 가장 제거하기 까다로운 녀석들이에요. 잡초의 생존 전략을 먼저 한눈에 정리하고,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5종을 소개해드릴게요.잡초의 생존 전략 한눈에 보기전략방법대표 잡초씨앗 대량 생산1포기당 수만~80만 개 씨앗 생산망초, 민들레, 바랭이씨앗 장.. 2026. 8. 22.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나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