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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수목

가이즈카향나무는 정말 일제 잔재일까? 학교에서 사라져야 하는 진짜 이유

by 나무러버 2026. 10. 11.

이 글의 핵심 요약
· 가이즈카향나무는 일본 오사카 지역에서 개량된 향나무 원예품종입니다.
· '일제 잔재' 논란이 있지만, 학교에 대량으로 심긴 건 오히려 해방 이후입니다.
· 조경 현장에서 이 나무를 제거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해마다 전지해야 하는 관리 부담과 적성병 숙주 문제입니다.
· 실제 학교숲 설계 현장에서 내린 판단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여러분이 다녔던 학교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교문을 지나 운동장 가장자리, 혹은 본관 현관 앞. 거기 동글동글하게 다듬어진 짙은 초록색 나무가 줄지어 서 있지 않았나요?

초등학교에도, 중학교에도, 고등학교에도 있었습니다. 동사무소 앞에도, 경찰서 앞에도, 군청 마당에도 있었어요. 너무 흔해서 아무도 이름을 묻지 않았던 나무. 그 나무의 이름은 가이즈카향나무입니다.

 

그런데 저는 몇 해 전 한 고등학교의 학교숲을 설계하면서, 이 나무를 전부 베어내자고 했습니다. 단 한 그루도 남기지 않고요.

오늘은 그 이유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목차
1. 폐교 운동장에서 불타고 있던 나무
2. 가이즈카향나무 기본 정보
3. "이 나무, 전부 없애겠습니다" — 학교숲 설계 현장
4. 가이즈카향나무는 정말 일제 잔재일까
5. 진짜 문제 — 해마다 깎아줘야만 사는 나무
6. 생태조경의 시대, 가이즈카는 답이 아니다
7. 그래서 저는 그 자리를 비워뒀습니다
8. 자주 묻는 질문

1. 폐교 운동장에서 불타고 있던 나무

조경 일을  하다 보니 시골 이곳저곳을 다닐 일이 많습니다. 요즘 지방에 가면 문 닫은 학교가 정말 많아요. 아이들이 사라진 운동장에는 잡초가 무릎까지 올라와 있고, 녹슨 철봉만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폐교에 가면 꼭 눈에 띄는 나무가 있습니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채 몇 년을 버틴 가이즈카향나무예요.

처음 보면 같은 나무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단정한 공 모양, 원뿔 모양이 아니에요. 가지가 하늘을 향해 비틀리며 솟구쳐 올라가 있습니다. 마치 초록색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모양이에요.

전지를 하지않은 모습과 한모습의 차이

 

사실 이게 이 나무의 본래 모습입니다. 가이즈카향나무는 가지가 나선형으로 꼬이면서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동글동글한 모습은, 사람이 해마다 가위를 들고 깎아서 만든 모양이었던 겁니다. 관리하던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나무는 비로소 자기 모습을 드러낸 거죠.

2. 가이즈카향나무 기본 정보

본론에 앞서 이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항목 내용
학명 Juniperus chinensis 'Kaizuka'
분류 측백나무과 향나무속 · 상록침엽수
이름 유래 일본 오사카 인근 지명 '가이즈카(貝塚)'
자연 수형 가지가 나선형으로 꼬이며 위로 솟는 불꽃 모양
장점 번식 쉬움, 병해충에 강함, 전지에 잘 견딤
단점 매년 전지 필요, 적성병(붉은별무늬병) 중간 숙주
주요 식재지 학교, 관공서, 공공기관 화단

3. "이 나무, 전부 없애겠습니다" — 학교숲 설계 현장

몇 해 전 청암고등학교 학교숲 설계를 맡았을 때 이야기입니다.

현장 조사를 나가보니 역시나 교정 곳곳에 기존 가이즈카향나무가 꽤 많이 서 있었습니다. 수십 년은 된 나무들이었어요.

보통 설계에서는 이런 기존 수목을 '존치', 그러니까 그대로 살려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 자란 나무를 베어내는 건 아깝기도 하고, 반대 의견이 나오기도 쉽거든요.

하지만 저는 학교 측에 프로젝트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나무는 일제의 잔재입니다.
학교숲을 새로 만드는 지금, 존치가 아니라 제거로 가겠습니다."

솔직히 반발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학교 측은 순순히 동의해 주었어요. 다들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나무가 학교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요.

그렇다면 정말 가이즈카향나무는 일제의 잔재일까요?

4. 가이즈카향나무는 정말 일제 잔재일까

이 질문에는 양쪽 주장이 모두 있습니다. 한눈에 비교해 보겠습니다.

"일제 잔재다" "그렇게만 볼 수 없다"
일본 지명이 붙은 일본 원예품종이다 원종은 우리 땅에도 자생하는 향나무다
일제강점기 신사 주변에 심기 시작했다 학교에 대량으로 심긴 건 해방 이후다
여러 교육청이 일제 잔재 청산 대상으로 조사했다 외래종이라 없앤다면 플라타너스, 아까시나무도 뽑아야 한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일본에서 개량되어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 나무가 전국 학교를 뒤덮은 건 해방 이후, 번식이 쉽고 병에 강하고 가지치기에 잘 견딘다는 실용적인 이유 때문이었어요.

그러니까 "일본에서 왔으니 나쁜 나무다"라는 논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저도 처음엔 '일제 잔재'라는 이유를 앞세웠습니다. 학교 측을 설득하기 가장 쉬운 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현장에서 이 나무를 직접 다뤄본 입장에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5. 진짜 문제 — 해마다 깎아줘야만 사는 나무

① 매년 전지하지 않으면 모양이 무너진다

가이즈카향나무를 관리해 보신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이 나무는 해마다 전지를 해야 합니다.

한 해만 손을 놓아도 가지가 삐죽삐죽 튀어나오고, 두세 해만 지나면 앞서 말씀드린 그 불꽃 모양이 되어버려요. 한번 무너진 수형을 되돌리려면 그다음 해에 훨씬 더 많은 손이 갑니다.

② 관리비가 끝없이 들어간다

학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꽤 큰 부담입니다.

  • 해마다 조경업체를 불러야 하고
  • 해마다 예산이 들어가고
  • 높게 자란 나무는 사다리차까지 동원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가이즈카향나무는 사람이 계속 붙잡고 있어야만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사람 손이 떠나는 순간, 우리가 원했던 모습은 사라집니다. 폐교 운동장의 불꽃 모양 나무들이 그걸 증명하고 있죠.

③ 과수 농가에 병을 옮긴다

향나무 종류는 사과나무, 배나무, 모과나무에 생기는 적성병(붉은별무늬병)의 중간 숙주 역할을 합니다. 향나무에서 겨울을 난 병균이 봄에 과수로 옮겨가는 구조예요. 그래서 과수원 주변에는 향나무를 심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과수 농가가 많은 시골 학교라면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입니다.

6. 생태조경의 시대, 가이즈카는 답이 아니다

요즘 조경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두 가지 있습니다.

기준 의미 가이즈카향나무는?
지속가능성 사람이 계속 돈과 손을 들이지 않아도 스스로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 ✕ 매년 전지 필수
생물다양성 여러 나무·풀·곤충·새가 어울려 사는 환경 ✕ 전국 같은 나무, 같은 모양

촘촘하게 다듬어진 잎 사이로는 새가 깃들기 어렵고, 눈에 띄는 꽃이나 열매로 곤충을 불러들이지도 못합니다.

결국 가이즈카향나무를 제거한 진짜 이유는 이것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왔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 시대의 학교숲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7. 그래서 저는 그 자리를 비워뒀습니다

그렇다면 베어낸 자리에는 무엇을 심었을까요?

아무것도 심지 않았습니다.

청암고등학교에는 이미 다른 나무들이 충분히 자라 있었습니다. 굳이 빈자리를 새 나무로 채울 필요가 없었어요. 가이즈카향나무가 빠진 자리에는 햇빛이 들어오고, 바람이 지나가고, 주변 나무들이 가지를 뻗을 여유가 생겼습니다.

조경을 하다 보면 빈 땅을 보면 뭔가를 심고 싶어지는 게 본능입니다. 설계자도, 발주처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알겠더라고요. 억지로 채우지 않는 것도 조경이라는 걸요. 비워둔 자리가 숲 전체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8. 자주 묻는 질문

Q. 가이즈카향나무와 일반 향나무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가장 쉬운 방법은 가지 모양입니다. 가이즈카향나무는 가지가 나선형으로 꼬이며 위로 솟는 특징이 있습니다. 잎도 대부분 부드러운 비늘잎이에요. 일반 향나무는 어린 가지에 찌르는 바늘잎이 섞여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집 마당에 있는 가이즈카향나무, 꼭 베어야 하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매년 전지를 해줄 수 있고, 주변에 사과·배 과수원이 없다면 키워도 괜찮습니다. 다만 관리를 오래 못 할 상황이라면 다른 수종을 고려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Q. 전지는 언제 하는 게 좋나요?
보통 봄 새순이 어느 정도 자란 뒤와 가을에 정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이미 불꽃 모양으로 많이 자란 나무는 한 번에 강하게 자르기보다 2~3년에 걸쳐 조금씩 수형을 잡는 것이 나무에 부담이 적습니다.

Q. 학교숲에는 어떤 나무가 좋을까요?
지역 기후에 맞는 자생 수종, 계절마다 꽃·단풍·열매로 변화를 보여주는 나무, 그리고 무엇보다 매년 손대지 않아도 잘 자라는 나무가 좋습니다. 아이들이 계절을 느끼고, 새와 곤충이 찾아오는 숲이 진짜 학교숲입니다.

마치며 — 나무를 고르는 기준은 수형이 아니다

가이즈카향나무는 잘못이 없습니다. 그 나무는 그저 자기 성질대로, 불꽃처럼 하늘을 향해 자라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걸 수십 년 동안 공 모양으로, 원뿔 모양으로 깎아온 건 우리였습니다.

나무를 고를 때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보기 좋은가"만 물어왔습니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사람 손이 떠나도
이 나무는 이 자리에서 잘 살 수 있는가."

폐교 운동장에서 홀로 불타오르던 가이즈카향나무가 저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 여러분의 학교에도 이 나무가 있었나요?

혹시 그 학교가 지금은 문을 닫았다면, 그 나무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기억나는 학교 나무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로 들려주세요.

"일제 잔재니까 없애야 한다", "그래도 추억이 담긴 나무다" — 어느 쪽 의견이든 환영합니다.

▶ 함께 읽기: 학교 중정이 숲이 되기까지 — 순천 청암고등학교 학교숲 설계기

✍️ 글쓴이: 지우 · 조경 현장 30년, 조경 설계·시공·산림사업 실무자
참고: 경남도민일보 「학교를 점령한 일본 가이스카 향나무」(2013), 서울신문 「경남 학교 교가·교목 등에 일제잔재 여전」(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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