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조경15 예초 작업하다 스위스가 떠올랐다 | 유럽 들판은 왜 저렇게 깔끔한가 예초 작업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유럽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저 넓은 들판을 도대체 어떻게 관리하는 걸까.예초기도 없이 저렇게 깔끔할 수가 있나.조경 일을 하다 보니 일반 관광객과는 다른 눈으로 풍경을 보게 됩니다.아름답다는 감탄보다 저걸 어떻게 관리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스위스에서 직접 본 풍경산 전체가 초록 카펫을 깔아놓은 것처럼 낮고 균일하게 풀이 덮여 있었습니다. 집과 집 사이, 도로 옆, 산비탈 어디를 봐도 풀의 키가 일정하게 낮았어요. 마치 누군가 정성껏 예초기로 밀어놓은 것처럼 깔끔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넓은 면적을 관리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예초기 소리도, 작업자도, 장비도 없었습니다. 구름이 산을 감싸고 눈 쌓인 봉우리가 배경이 되는 그 풍경 속에서.. 2026. 8. 28. 숲에 약을 칠 수는 없다 | 재선충 시대, 조경 전문가가 내린 결론 지금 이 속도라면 10년 안에 우리나라 소나무림의 78%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재선충 피해 고사목은 2021년 31만 그루에서 2026년 177만 그루로 불과 5년 만에 여섯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고사목이 늘수록 매개충 서식지가 넓어지고, 가뭄까지 겹친 지금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지금 손을 놓으면 애국가 속 소나무가 사라지는 현실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습니다.🔴 재선충 고사목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는가1~3년 — 악순환이 시작된다재선충으로 죽은 소나무를 그대로 두면 고사목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완벽한 서식지가 됩니다. 고사목 속에서 매개충이 번식하고 이듬해 봄 우화해 주변 건강한 소나무로 날아갑니다. 고사목이 많을수록 매개충도 많아지고, 매개충이 많을수록 다음 해 피해목이 더 늘어.. 2026. 8. 27. 숲은 스스로 자란다 | 잡초부터 낙랑장송까지, 천이의 긴 여정 요즘 남부지방 가뭄이 심합니다. 저수율이 바닥을 치고 조경수와 가로수가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이상한 걸 봤어요. 바위 절벽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멀쩡히 살아있는 겁니다. 저 척박한 곳에서 어떻게 물을 끌어오는 걸까.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그냥 나무 한 그루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 숲이 자라고 변해가는 천이의 이야기구나 하는 것이었어요.천이란 무엇인가 — 숲은 어떻게 자라는가천이(遷移)란 한 지역의 식물 군락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군락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숲이 자라는 과정이에요. 산불이 난 자리, 공사가 끝난 빈 땅, 오랫동안 방치된 밭, 이런 곳을 그냥 놔두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맨땅이지만.. 2026. 8. 22. 어제 제초하다 깨달았다 | 뿌리는 안 뽑히고 줄기만 부러지는 잡초 5종 어제 제초 작업을 하다가 이상한 걸 느꼈습니다. 뿌리는 땅속 깊이 박혀서 도무지 뽑히질 않는데, 줄기는 조금만 힘을 주면 툭 부러집니다. 처음엔 그냥 넘어갔는데 한참 작업을 하다 보니 문득 깨달았어요. 이게 우연이 아니라는 걸요. 줄기가 부러지면 사람은 뽑았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뜨지만, 뿌리는 멀쩡히 땅속에 남아 다시 싹을 올려보냅니다. 순간 이놈 너무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뿌리는 깊고 줄기는 잘 부러지는 잡초들이 있습니다. 조경 현장에서 가장 제거하기 까다로운 녀석들이에요. 잡초의 생존 전략을 먼저 한눈에 정리하고,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5종을 소개해드릴게요.잡초의 생존 전략 한눈에 보기전략방법대표 잡초씨앗 대량 생산1포기당 수만~80만 개 씨앗 생산망초, 민들레, 바랭이씨앗 장.. 2026. 8. 22. 가뭄 끝 단비 경제적 가치 계산법 – 조경수 관수비용으로 본 전국·전남·구례 가뭄 끝에 내린 비 한 번, 조경수 입장에서는 얼마짜리일까 — 현장에서 직접 계산해봤다. 그제와 어제, 이틀에 걸쳐 비가 내렸다. 오랜만에 우산을 챙겨 나가면서도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몇 주 동안 하늘만 쳐다보던 참이었으니까. 조경 일을 하다 보면 비가 단순한 날씨 현상이 아니라 ‘관리 비용’과 직결된 문제로 다가온다. 관수를 며칠 걸렀는지, 어느 현장 나무가 위태로운지, 살수차를 언제 다시 불러야 하는지— 비가 오지 않는 날들은 계속 계산기를 두드리게 만든다.그래서 이번엔 반대로 계산해보기로 했다. 이번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얼마의 비용이 들었을지, 그리고 그 값을 전국-전남-구례 단위로 좁혀가며 가늠해봤다. 정확한 통계가 없는 구간은 가정치임을 명확히 밝히고, 실제 현장 경험을 근거로 삼은 부.. 2026. 8. 17. 잡초인 줄 알았는데 한방 약재였다 | 민들레 질경이 쑥의 두 얼굴 대학교 시절 교수님과 함께 화단을 둘러보던 날이 있었습니다. 교수님이 화단의 식물 하나를 가리키며 이름을 물었는데, 당시 이름을 몰랐던 저는 "잡초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 순간 교수님은 조용히 말씀하셨어요."다른 사람들은 잡초라 말할 수 있지만, 조경가라면 잡초라 말하면 안 됩니다. 들판의 풀 하나, 꽃 하나하나가 다 의미가 있는 겁니다."그 순간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말씀이 기억에 남는 건,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도 잡초라 생각하는 식물들이 많습니다. 교수님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상적인 조경가의 시선을 심어주려 하신 것이고, 현장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걸 30년을 일하면서 알게 됐습니다.잡초란 무엇인가사전에서 잡초(雜草)는.. 2026. 8. 9.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