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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조경

숲에 약을 칠 수는 없다 | 재선충 시대, 조경 전문가가 내린 결론

by 나무러버 2026. 8. 27.

지금 이 속도라면 10년 안에 우리나라 소나무림의 78%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재선충 피해 고사목은 2021년 31만 그루에서 2026년 177만 그루로 불과 5년 만에 여섯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고사목이 늘수록 매개충 서식지가 넓어지고, 가뭄까지 겹친 지금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지금 손을 놓으면 애국가 속 소나무가 사라지는 현실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습니다.

🔴 재선충 고사목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는가

1~3년 — 악순환이 시작된다

재선충으로 죽은 소나무를 그대로 두면 고사목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완벽한 서식지가 됩니다. 고사목 속에서 매개충이 번식하고 이듬해 봄 우화해 주변 건강한 소나무로 날아갑니다. 고사목이 많을수록 매개충도 많아지고, 매개충이 많을수록 다음 해 피해목이 더 늘어납니다. 악순환의 시작입니다.

3~5년 — 숲이 어두워지고 약해진다

고사목은 죽어도 당분간 서 있습니다. 잎은 떨어지지만 가지와 줄기는 햇빛을 막습니다. 햇빛이 줄어든 숲 바닥은 다양한 하층 식생이 살기 어려워지고, 주변 살아있는 소나무들도 광합성이 줄어 서서히 약해집니다. 약해진 나무는 재선충에 더 쉽게 감염됩니다. 가뭄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 이 속도는 훨씬 빨라집니다.

5~10년 — 숲의 구조가 무너진다

고사목이 썩으면서 쓰러지기 시작합니다. 급경사 지역에서는 산사태 위험이 높아지고, 쓰러진 나무들이 뒤엉켜 숲속 진입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방제 작업도 힘들어지는 악조건이 만들어집니다. 소나무숲이 무너진 자리는 한동안 황폐한 상태로 방치되고, 토양이 드러나면서 집중호우 시 토양 유실도 심해집니다.

10년 이후 — 소나무 경관의 소멸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소나무림 78% 피해가 현실이 됩니다. 사찰과 문화재 주변의 소나무숲이 사라지고, 산림치유·휴양·관광의 핵심 공간이 무너집니다. 애국가에 등장하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 1위인 소나무가 우리 산에서 점점 사라지는 현실. 방치는 선택이 아닙니다.

🌲 훈증처리, 왜 한계인가

① 비용이 감당이 안 된다

고사목 한 그루당 처리 비용이 상당합니다. 177만 그루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해요. 대부분 시·군 지자체가 담당하는데 예산도,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② 처리 속도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다

훈증팀이 한 지역을 처리하는 동안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는 이미 다음 산으로 날아갑니다. 사후 처리 방식으로는 퍼지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③ 행정 구역이 병해충 확산을 막지 못한다

경북에서 방제해도 강원에서 날아오고, 충남에서 막아도 경기에서 들어옵니다. 병해충은 경계를 모르지만 방제 체계는 행정 구역 안에서만 움직입니다.

🪓 솎아베기 — 숲이 스스로 치유하게 하는 방법

건강한 소나무는 재선충에 저항한다

소나무는 매개충이 껍질을 파고들면 송진을 분비해 막아버리는 자체 방어 능력이 있습니다. 건강한 나무일수록 송진 분비가 왕성하고, 쇠약할수록 이 방어력이 떨어집니다. 지금 재선충이 이렇게 빠르게 퍼지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과밀하고 약해진 숲입니다.

고사목을 솎아내면 숲이 달라진다

고사목을 방치하면 매개충의 온상이 되고 햇빛을 차단해 주변 나무까지 약하게 만듭니다. 반면 솎아내면 햇빛이 들어오고 통풍이 살아납니다. 수십 년 현장에서 경험한 결과입니다. 통풍이 잘되는 숲은 병충해도 적고 나무도 건강합니다.

숲 전체에 약을 칠 수는 없다

어쩔 수 없는 곳, 문화재 주변이나 꼭 지켜야 할 나무에는 예방 나무주사를 놓습니다. 하지만 숲 전체에 약제를 쓰면 생태계가 무너집니다. 숲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까지입니다.

🌿 건강한 숲은 스스로 치유한다

솎아베기 후 자연이 채운다

고사목을 걷어낸 빈 자리에는 햇빛이 들고 참나무류와 활엽수가 자연스럽게 들어옵니다. 단순한 소나무 단순림이 혼합림으로 서서히 바뀌는 거예요. 다양한 수종이 섞인 혼합림은 병해충 하나에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습니다.

재선충도 천이의 과정이다

재선충 피해지 그루터기에서 맹아가 올라오고, 빈 자리에 잡초가 먼저 들어오고 관목이 따라오는 것. 이 모든 것이 숲의 천이 과정입니다. 인간이 그 방향을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연의 회복력을 믿는 것. 그것이 재선충 시대에 조경 전문가로서 내린 결론입니다.

 

🌿 1탄도 함께 읽어보세요
숲은 스스로 자란다 | 잡초부터 낙랑장송까지, 천이의 긴 여정 재선충이 왜 천이의 일부인지, 소나무는 왜 극상림이 될 수 없는지
숲의 큰 그림을 먼저 이해하고 싶다면 1탄부터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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