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끝에 내린 비 한 번, 조경수 입장에서는 얼마짜리일까 — 현장에서 직접 계산해봤다.

그제와 어제, 이틀에 걸쳐 비가 내렸다. 오랜만에 우산을 챙겨 나가면서도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몇 주 동안 하늘만 쳐다보던 참이었으니까. 조경 일을 하다 보면 비가 단순한 날씨 현상이 아니라 ‘관리 비용’과 직결된 문제로 다가온다. 관수를 며칠 걸렀는지, 어느 현장 나무가 위태로운지, 살수차를 언제 다시 불러야 하는지— 비가 오지 않는 날들은 계속 계산기를 두드리게 만든다.
그래서 이번엔 반대로 계산해보기로 했다. 이번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얼마의 비용이 들었을지, 그리고 그 값을 전국-전남-구례 단위로 좁혀가며 가늠해봤다. 정확한 통계가 없는 구간은 가정치임을 명확히 밝히고, 실제 현장 경험을 근거로 삼은 부분은 그렇게 표시했다.
이번 가뭄, 얼마나 심각했나
이번 여름 가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8월 가뭄 예·경보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전국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82.3% 수준에 그쳤고, 전국 48개 시·군에서 기상 가뭄이 확인됐다. 구례를 포함한 여러 지역이 ‘주의’ 단계의 가뭄으로 분류됐고, 부산·울주·김해 등 일부 지역은 그보다 심한 ‘경계’ 단계까지 나타났다.
전남 지역 상황은 더 두드러졌다. 한 달 넘게 이어진 폭염과 비 부족으로 곡성군의 한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냈고, 광주 지역 상수원인 동복댐 저수율은 49%, 주암댐은 38.9%까지 떨어졌다. 최근 한 달간 남부지방 강수량은 평년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는데, 이는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적은 수치였다. 도심 조경수와 가로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잎이 부서질 정도로 마른 가로수가 곳곳에서 관찰됐고, 지자체들은 매일 관수 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이번 비는 얼마나 왔나
태풍 ‘돌핀’이 약화하며 남긴 저기압의 영향으로 광복절 연휴 기간 남부지방과 제주에 많은 비가 내렸다.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는 최대 250mm 이상이 예보됐고, 실제로 경남 고성 245.4mm, 사천 242.5mm, 거제 219.0mm, 남해 186.6mm의 누적 강수량이 관측됐다. 지리산 자락에 걸쳐 있는 구례 역시 이 비구름대 안에 있었으니, 상당한 양의 비가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기상청 통보관도 언급했듯, 강수량 자체(기상학적 가뭄)와 그 비가 실제로 저수지에 얼마나 모이는지(수문학적 가뭄)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비로 완전한 해갈이 됐다고 단정하긴 이르지만, 적어도 ‘조경수 관리’라는 실무적 관점에서는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경제적 가치,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
가뭄과 비의 경제적 가치를 다루는 글은 대개 농업용수나 식량안보 관점에서 접근한다. 하지만 조경 현장에서 일하는 입장에서는 다른 질문이 먼저 떠올랐다. “이 비가 없었다면, 우리는 얼마를 들여서 나무를 살렸어야 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조합했다.
- 대체비용법: 이번 비가 대신해준 관수 작업을, 살수차와 인부를 동원했을 때의 비용으로 환산
- 고사 회피 가치: 관수를 하지 못했을 때 발생했을 고사 피해를 회피한 값으로 접근 (다만 이번 계산에서는 대체비용법을 중심으로 다뤘다)
기초 단가 산정
계산의 출발점은 현장에서 쓰는 실제 단가다.
| 항목 | 단가 |
| 살수차 1일 대여료 (8시간, 부가세 별도) | 약 600,000원 |
| 보통인부 노임단가 (2026년 상반기, 대한건설협회) | 172,068원 |
| 1일 관수 비용 | 772,068원 |
살수차 1대가 하루에 관수할 수 있는 조경수는 현장 경험상 400~500주 정도다. 이번처럼 극심한 가뭄 상황이라면 최소 5회 이상의 관수가 필요했을 것으로 본다.
| 항목 | 값 |
| 5회 관수 총비용 (조경회사 1곳 기준) | 약 3,860,340원 |
| 커버 가능한 조경수 (살수차 1대 × 450주 평균 × 5회) | 약 2,250주 |
| 조경수 1주당 회피 비용 | 약 1,716원 |
이 ‘1주당 1,716원’이라는 값을 기준 삼아, 전국-전남-구례로 범위를 넓혀가며 계산해봤다.

전국 단위로 확대해보면
조경수를 ‘농장(묘포장)에 있는 상품 재고’와 ‘이미 식재된 나무’로 나눠서 봐야 정확하다. 산림청이 발표하는 조경수 생산량 통계는 전자만 집계한 것이고, 공원이나 가로수처럼 이미 심어진 나무는 별도 통계 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구분 | 성격 | 규모 | 경제적 가치 |
| 농장(묘포장) 조경수 | 통계 기반 | 약 4,700만 주 | 약 806억 원 |
| 가로수 | 통계 기반 | 약 400만 주 | 약 68.6억 원 |
| 공원 조경수 | 가정치 (식재밀도 100주/ha 가정) | 약 584만 주 | 약 100억 원 |
| 합계 (전국) | 약 975억 원 | ||
※ 조경수 생산량은 2021년 산림청 자료를 기준으로 전국 총량을 역산했다. 공원 조경수는 국토교통부 도시공원 면적 통계(1인당 11.3㎡, 2022년 기준)에 식재밀도를 가정해 추정한 값으로, 정확한 통계가 아님을 밝혀둔다. 아파트 단지·관공서·사유지 조경수는 신뢰할 만한 통계가 없어 계산에서 제외했다.
전남으로 좁혀보면
전남은 조경수 재배의 대표 산지다. 2021년 기준 전국 조경수 생산량의 84.4%가 전라도(전남·전북)에서 나왔는데, 국가 통계가 두 지역을 묶어서 발표하는 탓에 전남 단독 수치는 따로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담양·순천·나주 등 전남 지역이 업계에서 더 큰 재배 산지로 알려져 있어, 전남이 전라도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가정하고 계산했다.
| 구분 | 근거 | 경제적 가치 |
| 농장 조경수 | 전라도 생산량의 70% 가정 | 약 476억 원 |
| 가로수 | 전국 대비 인구 비례 (약 3.43%) | 약 2.4억 원 |
| 공원 조경수 | 전남 인구(약 177만 명) 기준 도시공원 면적 추정 | 약 3.4억 원 |
| 합계 (전남) | 약 482억 원 | |
※ 이 단계부터는 여러 겹의 가정이 누적된 추정치다. 정확한 시·도별 통계가 없는 상황에서 규모감을 가늠하기 위한 참고용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구례, 통계 대신 현장의 숫자로
여기서부터는 접근을 바꿨다. 구례 인구는 24,337명으로 전남 전체의 1.37% 수준인데, 이 비율을 앞선 계산에 그대로 적용하면 “구례 조경수 가치 약 6~7억 원”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하지만 이건 현실과 거리가 있는 계산이다. 구례는 담양이나 순천처럼 조경수를 대량으로 재배해 출하하는 산지가 아니라, 시공과 관리가 중심인 지역이기 때문이다. 인구 2만4천 명 규모의 소도시에 전국 평균 밀도를 그대로 적용하면 오히려 왜곡된 숫자가 나온다.
그래서 구례는 통계적 외삽 대신, 실제 현장에서 직접 관수를 수행했을 때 드는 비용을 기준으로 삼았다. 구례 지역에서 관리하는 조경수 전체에 직접 관수를 실시했다면, 대략 2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숫자는 통계로 나온 값이 아니라, 현장에서 살수차 대수와 관수 횟수를 실제로 헤아려본 값이라는 점에서 앞선 전국·전남 수치와는 성격이 다르다.
흥미로운 건 이 격차 자체다. 인구 비례로 기계적으로 나눴을 때보다 실제 현장 추정치가 훨씬 낮게 나왔다는 사실은, 통계만으로 지역 단위 경제적 가치를 추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결국 숫자가 촘촘해질수록 통계보다 현장의 감각이 더 정확해지는 지점이 있다.
정리하며
| 범위 | 산출 근거 | 경제적 가치 |
| 전국 | 통계 + 일부 가정치 | 약 975억 원 |
| 전남 | 통계 분배 가정 + 인구 비례 | 약 482억 원 |
| 구례 | 현장 실무 추정 | 약 2억 원 |
이틀간 내린 비 한 번을 두고 이렇게까지 계산기를 두드릴 일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조경 일을 오래 하다 보면,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결국 현장의 노동력과 장비, 그리고 돈으로 환산된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된다. 이번 비는 통계로 잡히지 않는 수많은 나무들을 살렸고, 그만큼의 노동과 비용을 대신해줬다. 다음 가뭄이 오기 전까지, 이 단비의 값어치를 잊지 않으려 한다.
※ 이 글의 전국·전남 단위 수치 중 일부는 공식 통계가 부재한 항목에 대해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정치이며, 정확한 시·군 단위 조경수 통계가 아님을 밝힙니다. 구례 지역 수치는 실제 현장 관리 경험에 기반한 추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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