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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조경

국가정원부터 민간정원까지 — 대한민국 정원 지도, 전남이 중심이다

by 나무러버 2026. 6. 29.

정원 한 곳이 지역을 바꾼다 · 구례에서 바라본 전남 정원 이야기

요즘 '정원 여행'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단순히 꽃구경을 넘어, 정원이 하나의 여행 목적지가 된 시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전라남도가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정원이 전남에서 탄생했고, 민간정원 역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 전남이다. 조경 현장에서 30년을 일해온 필자로서도 이 변화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오늘은 국가정원부터 시작해서 통계로 보는 정원 성장 흐름, 그리고 내가 사는 구례의 민간정원까지 — 대한민국 정원의 큰 그림을 함께 그려보려 한다.


🌿 대한민국 국가정원, 딱 두 곳

국가정원은 국가가 직접 지정하고 관리하는 최상위 개념의 정원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정원은 단 두 곳뿐이다.

제1호 — 순천만국가정원 (전라남도 순천)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조성되었고, 2015년 9월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한 완충공간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단순히 예쁜 정원을 만든 게 아니라, 생태 보전이라는 명확한 철학 위에 세워진 공간이다. 93만㎡의 방대한 면적에 세계정원, 테마정원, 참여정원 등이 펼쳐지며, 지금도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제2호 — 태화강국가정원 (울산광역시)

2019년 7월 지정된 두 번째 국가정원이다. 이곳의 이야기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1970~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심하게 오염됐던 태화강이 수십 년의 시민 노력으로 되살아났고, 그 결실이 국가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것이다. '태화강의 기적'이라 불릴 만하다. 약 84만㎡ 면적에 대나무·무궁화·계절·수생·시민참여 등 6개 주제 정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유명한 십리대숲이 이곳에 있다. 무료 입장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 조경인의 시각
두 국가정원의 공통점은 '인위적 조성'보다 '자연 회복과 보전'을 앞세웠다는 것이다. 순천만의 갯벌, 태화강의 대나무숲 — 모두 자연이 먼저였고 정원은 그다음이었다. 조경 현장에서 30년을 보낸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 진정한 정원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방식이라 생각한다.

📊 숫자로 보는 대한민국 정원 성장

국가정원이 두 곳이라면, 나머지는 어떻게 구성될까? 산림청이 발표한 2025년 대한민국 정원 현황을 보면 정원 문화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

구분 운영 주체 2025년 현황
국가정원 국가 지정·관리 2개소
지방정원 광역·기초 지자체 13개소
민간정원 법인·단체·개인 157개소
합계 172개소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민간정원의 폭발적인 증가다. 2021년 산림청이 제2차 정원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던 당시, 전국 민간정원은 고작 42개소였다. 목표치도 2025년까지 100개소로 잡았다. 그런데 결과는? 157개소로 목표를 57%나 초과 달성했다. 불과 4년 만에 약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 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각자의 땅에서, 각자의 철학으로 정원을 가꾸어온 수많은 개인과 단체들이 있었다는 뜻이다. 정원 문화가 국민 생활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신호다.

🌸 전남, 민간정원의 중심이 되다

157개의 민간정원 중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전라남도다. 2025년 기준 전남에 등록된 민간정원은 31개소로, 전국에서 압도적인 1위다.

실력도 뒷받침된다.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전국 민간정원을 대상으로 선정한 '대한민국 아름다운 민간정원 30선'에서 전남이 무려 10개소를 차지하며 전국 최다를 기록했다. 선정 기준은 풍경이 좋은 정원, 쉼이 있는 정원, 전통과 예술 정원, 즐기는 정원, 색다른 정원 등 5개 주제였다.

전남의 민간정원이 이렇게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남해의 따뜻한 기후, 지리산·무등산 같은 수려한 자연 지형, 그리고 수백 년을 이어온 남도 특유의 정원 문화가 그 바탕이다. 담양의 소쇄원, 윤선도의 부용동 정원처럼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호남 정원의 DNA가 오늘날 민간정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남의 대표적인 민간정원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이렇다.

🪨 화순 — 무등산바우정원 (전남 제11호)
풍경 좋은 정원

5만 평 규모의 산림형 정원. 폐품과 고철을 예술 조형물로 되살린 '업사이클링 정원'으로 유명하다. 인위적 조성을 최소화하고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 정원 자체가 하나의 자연 미술관 같다. 연간 10만 명 이상이 찾는 전남 대표 핫플레이스다.

🌲 보성 — 성림정원
즐기는 정원

60여 년간 이어온 조림사업(윤제림)을 기반으로 한 편백 숲정원. 수국원, 핑크뮬리원 등 계절별 테마가 뚜렷하다. 보성에는 이 외에도 초암정원·꿈꾸는 숲 선유원·갈멜정원·골망태 요리사의 정원까지 총 5개의 민간정원이 있어 전남에서 민간정원이 가장 많은 고장이다.

🌊 고흥 — 힐링파크 쑥섬쑥섬 (전남 제1호)
풍경 좋은 정원

전남 민간정원의 첫 번째 주인공. 외나로도 앞바다의 작은 섬 '쑥섬'에 조성된 정원으로, 섬으로 들어가는 뱃길 자체가 이미 여행이다. 원시림과 바다 풍경이 어우러진 독보적인 경관을 자랑한다.

🎋 담양 — 죽화경
즐기는 정원

동서양 융복합 풍경정원. 200여 품종의 꽃과 400여 종의 식물이 공존하는, 식물 다양성이 돋보이는 정원이다. 담양의 대나무 문화와 서양 정원 양식이 자연스럽게 섞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 해남 — 산이정원 (전남 제30호 · 2025년 등록)
전남 최대 규모

'산이 곧 정원이 된다(山伊庭園)'는 뜻을 담은 최신 민간정원. 드넓은 간척지에 조성된 1단계 면적만 16만 5,480㎡로 현재 전남 최대 규모다. 500여 종 17만 그루의 수목과 13개 주제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아침고요수목원을 일군 정원가의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 그리고 내가 사는 구례에도 — 민간정원이 세 곳이나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구례에 공식 민간정원이 세 곳이나 있다는 사실, 구례 사람들도 의외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 쌍산재 (전남 제5호 · 2018년 등록)
전통과 예술 정원 · 대한민국 아름다운 민간정원 30선

구례 마산면에 자리한 300년 고택 정원이다. 안채·사랑채·서당채·정자로 이어지는 15채의 한옥을 지나면 대나무숲이 나오고, 그 끝에 드넓은 저수지 풍경이 펼쳐진다. 단순한 고택 관람이 아니라 조선 시대 선비의 별서 정원 문화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tvN 윤스테이 촬영지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입장료 1만 원(웰컴티 포함), 매주 화요일 휴관.

쌍산재 서당채 입구 - 출처(https://ssangsanje.com/page/tour.html)
🎨 반야원 (전남 제21호)
전통과 예술 정원 · 대한민국 아름다운 민간정원 30선

화엄사 인근 광의면에 있는 복합문화정원이다. 단감나무 밭을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곳으로, 70년 된 플라타너스 고목이 이 정원의 상징이다. 향기정원·수경식물 정원·야외 전시 공간이 있고, 3층 갤러리 카페와 별도 전시 갤러리도 운영한다. 미술 전시·북 콘서트·작가 강연이 열리는 문화 공간의 역할도 한다. 지리산 봉성산의 산세와 소나무·암석이 어우러진 연못이 절경이다.

반야원전경-출처(정원누리)
🌲 천개의향나무숲 (전남 제14호 · 2020년 등록)
색다른 정원 · 대한민국 아름다운 민간정원 30선

구례 읍내에서 차로 단 5분 거리, 광의면에 있다. 원래 향나무 농장이었던 곳을 부부가 직접 정원으로 가꿨다. 토종 향나무·가이스카 향나무·서양 향나무 등 천여 그루의 향나무 숲길은 겨울에도 초록이 넘친다. 인위적 손길을 최소화해 자연 그대로의 분위기가 매력이다. 여름에는 향나무를 배경으로 핀 라벤더가 이색적이고, 10월이면 은목서 향기가 정원을 가득 채운다.

향나무 산책로 - 출처( 정원누리)
💡 구례 민간정원 당일 여행 코스
천개의향나무숲 → 화엄사 → 반야원 → 쌍산재 → 운조루 → 사성암
구례의 민간정원 세 곳과 전통 명소를 하루에 알차게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마치며 — 정원은 사람과 시간이 만드는 작품이다 국가가 만드는 국가정원, 지자체가 가꾸는 지방정원, 그리고 개인의 철학과 세월이 녹아있는 민간정원. 각각의 결은 다르지만, 결국 정원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작품이다.

대한민국 정원의 수도라 불릴 만한 전남, 그 전남 안에서도 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이라는 천혜의 자연 위에 세 개의 민간정원이 뿌리내린 작은 정원 고장이다. 구례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화엄사와 섬진강만큼이나 이 정원들에도 발길을 한번 더 내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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