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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바다 위에 그린 숲 — 새만금 육상태양광 경관조성 프로젝트

by 나무러버 2026. 5. 12.

처음 대상지를 밟았을 때, 솔직히 막막했다.

전라북도 군산시 오식도동 인근 공유수면. 총면적 82,436㎡(약 24,981평). 한때 바다였던 땅 위에, 태양광 패널이 들어서기로 된 곳. 그리고 그 사이사이, 기술적·법적 이유로 패널을 설치할 수 없어 남겨진 제척부지. 나는 그 빈 땅에 사람이 쉬고 걷고 기억할 수 있는 풍경을 만들어야 했다.

지하수위가 높고, 건조하면 사막처럼 푸석거리는 모래질 토양. 주변엔 태양광 발전시설 특유의 소음과 열기. 염해 피해를 고려하지 않으면 어떤 나무도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었다. 보통의 조경 대상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바로 그 척박함이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됐다.


있는 그대로를 디자인하다

설계 초기, 팀 내에서 가장 많이 나눈 말이 있었다.

*"있는 그대로를 살리자."*

대상지 1구역(25,600㎡)에는 수십 년간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돌섬이 세 개 있었다. 인위적으로 손대지 않아도 그 자체로 경관이 되는 곳이었다. 우리는 데크로드를 그 주변에 조심스럽게 깔았다. 폭 1.8m, 연장 242m. 돌섬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그 앞에 머물 수 있게 했다. 느티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들고, 쉼터 두 곳을 배치했다.

설계의 기본 방향이 여기서 정해졌다. 자연이 이미 만들어놓은 것에, 사람의 이야기를 얹는 것.


A, B, C 구역 — 세 가지 다른 언어

2구역과 3구역(56,836㎡)은 1구역과 성격이 달랐다. 평지 위의 직사각형 부지. 비어있고, 넓고, 단조로웠다. 여기서 우리는 세 개의 공간 언어를 사용했다.

A구역 — 데크길. 기존 돌섬과 조망을 품은 산책로. B구역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의 시작.

A구역

B구역 — 바위섬파크. 해안가 자생수종인 모감주나무와 곰솔을 군락으로 심었다. 핑크뮬리 군락지를 조성해 SNS 포토포인트를 만들었고, 돌섬 주위에는 돌담 형식으로 자연스러운 경계를 두었다.

B구역

C구역 — 고래공원.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다. 새만금에 서식하는 상괭이(작은 고래)를 모티브로, 고래의 형태를 따라 동선을 설계했다. 고래의 눈 부위엔 전망대를 두어 주변 풍경을 조망할 수 있게 했다. 고래 등에 해당하는 마운딩(최고 높이 5m)에는 대왕참나무길, 이팝나무길, 배롱나무길, 그리고 정상부엔 벚꽃광장을 배치했다. 사면부엔 층고별로 다양한 초화류를 파종해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

그리고 C구역 전체를 관통하는 자연습지. 빗물과 주변의 물이 자연스럽게 모이도록 지형을 잡았고, 물억새와 연꽃 등 정화식물을 심어 생태 복원 기능과 경관미를 동시에 얻었다. 배수 문제를 시설로 해결하는 대신, 습지 자체가 배수 인프라가 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C구역

 


수종 하나에도 이유가 있다

새만금은 염해가 심한 지역이다. 바닷바람, 높은 지하수위, 불량한 토양 보비력. 일반적인 조경 수종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조건이다.

우리가 선정한 수종들에는 각각의 이유가 있다.

곰솔과 모감주나무는 해안가 자생수종이라 염해에 강하다. 느티나무는 그늘이 깊고 수형이 아름답다. 대왕참나무는 가로수길을 만들기 좋고 가을 단풍이 화려하다. 이팝나무는 5월이면 하얗게 피는 꽃으로 봄을 알린다. 배롱나무는 여름 내내 붉은 꽃을 피운다.

지피층엔 핑크뮬리, 억새, 꽃창포, 수크령, 부처꽃. 그리고 야생화 씨딩. 큰 나무 아래에 이 식물들이 퍼지면, 비용 대비 가장 아름다운 경관이 완성된다.

식재 기반도 중요했다. 마사토와 식토를 DL 기준 2.6 이상, 평균 4.0까지 부설하고, 잡석층과 부직포로 모세관현상을 차단했다. 뿌리가 자랄 수 있는 땅을 만드는 것이 식재 설계의 절반이다.


공사는 2021년 8월에 시작됐다

설계는 2021년 3월부터 6월까지. 공사는 8월부터 12월까지. 인허가 면적 약 34.8만 평의 부지에, 주차장(장애인 12개소 포함 총 152개소), 데크산책로, 야자매트산책로, 놀이시설, 쉼터, 습지, 포토포인트가 들어섰다.

설계도면, 내역서, 시방서, 유지관리지침. 디자인 심의, 건설기술심의위원회 심의, 계약심사까지. 조경 설계는 그림 한 장이 아니라, 수백 장의 문서와 수십 번의 협의 끝에 비로소 땅 위에 실현된다.

준공 후에도 일이 끝나지 않는다. 전지전정은 봄·여름·가을·겨울 각각 한 차례씩. 수목 시비는 낙엽 후와 잎 피기 전 두 번. 잔디 관수는 날씨에 따라 조율하고, 병충해 방제는 초기 대응이 핵심이다. 데크는 분기별로 노출면을 점검하고, 오일스테인은 연 1회 재도포한다.

조경은 완공이 없다. 계속 자라고, 계속 관리된다.


그래서 이 공간은 지금 어떤가

새만금 육상태양광 공원은 태양광 시설을 홍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고래 형태의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전망대에서 드넓은 새만금을 바라보고, 습지 산책로에서 물억새 사이를 걷고,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는 고래동산을 올라가는 경험. 그것이 처음 설계를 시작할 때 우리가 품었던 질문의 답이다.

*"새만금 육상태양광공원의 오늘, 그리고 기대되는 내일."*

척박했던 제척부지가 공원이 됐다. 바다였던 땅 위에 숲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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