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순천에서 정원박람회를 한다고 했을 때 별로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2012년 여수엑스포가 전국적인 화제를 몰고 왔던 시기였고, 바로 옆 동네에서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행사가 얼마나 주목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여수엑스포 부지는 활용이 어려운 상태로 남은 반면, 순천만국가정원은 해마다 수백만 명이 찾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정원이 되었습니다.

숫자로 보는 국가정원 1호의 성장
제가 순천에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10년이었습니다. 순천용산전망대 시공을 맡아 내려왔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났으니, 저에게 순천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그래서 가까이 살면서도 정원을 자주 가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이 정원이 전국 관광지 순위에서 에버랜드 다음 자리를 차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대로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순천만국가정원은 에버랜드에 이어 전국 유료 관광지 방문객 2위를 기록했습니다. 2017년 한 해에는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를 합쳐 약 611만 명이 다녀갔는데, 이는 광주·전남권 전체에서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이 숫자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인 성장을 보여줍니다.
2023년 다시 열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과는 더 구체적입니다. 214일간의 행사 기간에 약 980만 명이 방문했고, 수익금만 333억 원에 달했습니다. 여기서 생산유발효과란 박람회 개최가 직접적으로 만들어낸 매출과 소비 증가분을 뜻하는 경제 지표인데, 이 수치가 무려 1조 5,906억 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부가가치유발효과란 생산 과정에서 새롭게 창출된 부가가치의 합계를 말하는데, 이 역시 7,156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순천시청 공식 보도자료).
특히 취업유발효과란 특정 산업 활동이 고용 창출에 기여한 정도를 환산한 수치인데, 이번 박람회에서 약 2만 5,149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었다고 집계되었습니다. 같은 해 운영 미숙으로 구설에 오른 새만금 잼버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평가가 쏟아진 건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성장의 배경에는 단순한 운이 아닌 10년 이상의 축적이 있습니다. 2013년 박람회 초기에는 선진국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하는 데 급급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면서 독자적인 정원 설계 역량이 쌓였고, 이제는 서울 등 다른 지자체들이 순천을 벤치마킹하러 올 정도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예산 낭비라는 반대 여론도 높았고 공무원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꽤 드라마틱한 반전입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AIPH(국제원예생산자협회) 공인을 받은 국제 박람회로 출발했습니다. 여기서 AIPH란 세계 각국의 원예 생산자와 박람회를 관리하는 국제기구로, 이 기구의 승인을 받은 행사는 국제적인 공신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받습니다. 2009년 유치 확정 이후, 23개국이 참가한 정원박람회가 성공적으로 열린 것이 국가정원 1호 지정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2024년에는 스페이스 서브라는 활주로 형태의 신규 정원이 조성되었고, 기존 꿈의 다리가 노후화로 스페이스 브릿지로 교체되었습니다. 두다하우스와 유미들의 세포들 미로정원도 새로 생겼습니다. 입장료도 일부 조정되어 성인 기준 주간 10,000원으로 운영 중입니다.
순천만국가정원 방문 시 참고할 핵심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순천만국가정원 입장권은 순천만습지와 당일 연계 입장이 가능합니다 (한 곳 구매 시 다른 곳 무료)
- 순천시민은 성인 기준 2,000원으로 입장 가능하며 어린이는 무료입니다
- 만 6세 이하, 만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등은 무료 입장 대상입니다
- 2024년 이후 스페이스 브릿지, 두다하우스, 반지정원 등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되었습니다
용산전망대와 S자 낙조, 정원 바깥의 진짜 순천
제 경험상 순천만을 여러 번 찾았어도 정원 안에서만 머물다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좀 아깝습니다. 순천만의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정원 담장 안이 아니라 그 바깥, 해 질 무렵 용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S자 수로 낙조에 있습니다.
갈대밭과 갯벌 위로 수로가 S자 형태로 굽이쳐 흐르고, 그 위로 붉은 해가 내려앉는 장면은 한번 보면 잊기 어렵습니다. 이 경관은 순천시 해룡면 농주리에 있는 용산이라는 야산 정상부의 전망대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순천만습지를 통과해서 무진교와 갈대 데크를 지난 다음 산책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됩니다. 또는 와온해변 일몰 전망대에서 해안 도로를 따라 도보로 약 50분을 걸으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당부를 드리자면, 용산전망대 방문은 반드시 일몰 시간에 맞춰 동선을 계획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다녀보니 해가 지고 난 뒤에 올라가면 정작 그 장면을 놓치게 됩니다. 사전에 순천 일몰 시간을 검색하고, 전망대 도착 시간을 역산해서 출발 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천그린광장도 빠뜨릴 수 없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국내 최초로 저류지를 대규모 정원으로 전환한 사례입니다. 여기서 저류지란 도시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빗물을 일시적으로 가두어 두는 시설을 말하는데, 기능 중심의 인프라를 시민 생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에서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의 좋은 모델로 꼽힙니다. 도시재생이란 노후화되거나 기능을 잃은 도시 공간을 물리적·경제적·사회적으로 되살리는 일련의 사업을 뜻합니다. 사계절 잔디와 마로니에 숲, 어싱길, 바닥분수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주말이면 순천 시민들로 가득 찹니다.
순천시는 2033년 AIPH A1등급 국제정원박람회 유치를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A1등급이란 AIPH가 부여하는 국제 원예박람회의 최상위 등급으로, 참가국 수와 행사 규모, 시설 기준 모두 가장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이후 그 에너지가 순천 쪽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출처: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가까이 살면서도 자주 가지 않다가 어느 날 전국 2위 관광지라는 말에 다시 보게 된 곳, 그게 저에게 순천만국가정원입니다. 정원 안도 물론 볼 것이 많지만, 해 질 무렵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S자 낙조를 한 번도 안 보셨다면 아직 순천만을 절반도 본 것이 아닙니다. 일몰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정원 입장권 하나로 습지까지 연계해서 보는 동선을 짠다면 하루를 훨씬 알차게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namu.wiki/w/%EC%88%9C%EC%B2%9C%EB%A7%8C%EA%B5%AD%EA%B0%80%EC%A0%95%EC%9B%90
https://www.suncheon.go.kr
https://www.aiph.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