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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38

등산로 계단 (데크계단, 합성목재, 등산로 정비) 사회초년생 시절, 제가 처음 맡은 현장 프로젝트가 등산로 정비사업이었습니다. 지리산 국립공원 해발 1,000m 지점에 데크계단을 설치하는 작업이었는데, 솔직히 그전까지는 "이런 걸 도대체 누가 와서 만드는 걸까" 하고 그냥 지나쳤던 시설물이었습니다. 막상 제가 직접 그 자리에 서게 되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등산로 계단, 저절로 생긴 게 아닙니다등산로 계단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등산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인공 구조물이 자연경관을 해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만납니다. 그 마음도 이해는 됩니다. 처음 보면 딱딱한 데크가 산속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요.그런데 저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습니다. 자연 그대로 두고 싶다면, 올라오지 않는 것이 먼저 아닐까.. 2026. 4. 18.
한옥 마당의 미학: 비움으로 완성하는 천연 에어컨과 공간의 위계 한옥의 마당은 단순히 비어있는 땅이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거실이 되기도 하고, 잔치 마당이 되기도 하는 다목적 중간 영역(Buffer Zone)입니다. 오늘은 조경 설계 관점에서 본 한옥 마당의 공간적 위계와, 과학적인 자연환기 원리, 그리고 마당을 완성하는 담장의 조형미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1. 한옥 마당의 5가지 위계: 쓰임에 따라 다른 비움한옥은 마당 하나에도 신분과 기능에 따른 철저한 위계(Hierarchy)를 담고 있습니다.안마당과 사랑마당: 안주인의 전용 공간인 안마당은 폐쇄적이고 정적이며, 바깥주인의 사랑마당은 손님을 맞이하는 반공적(Semi-public)인 성격을 띱니다.생활의 확장: 행랑마당(노동과 수확), 별당마당(사적 휴식), 사당마당(제례) 등 기능별로 분리된 마당들은.. 2026. 4. 17.
목재의 구조 (나이테, 심재·변재, 함수율) 나무는 속이 텅 빈 채로도 수백 년을 버팁니다. 이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저도 선뜻 믿기지 않았습니다. 나무의 줄기 중 살아있는 조직은 고작 10% 정도이고, 나머지 90%는 이미 죽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목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구조부터 짚어봐야 합니다.나이테가 말해주는 것, 연륜의 구조나무를 자를 때 처음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나이테입니다. 제가 직접 원목 단면을 들여다봤을 때 가장 신기했던 건, 그 동그란 선 하나하나가 단순한 나이 표시가 아니라 그 해의 기후와 생육 조건을 통째로 기록한 데이터라는 점이었습니다.정확한 용어로는 연륜(年輪)이라고 합니다. 연륜이란 형성층이 1년에 한 번씩 세포 분열을 반복하면서 만들어낸 목질부의 동심원 층을 말합니다. 온대 지방에서는 계절 .. 2026. 4. 17.
보길도 윤선도 원림 (별서정원, 세연정, 동천석실) 정원이라고 하면 흔히 꽃과 나무를 아름답게 심어둔 공간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섬 하나를 통째로 정원으로 설계한 사람이 있다면 믿어지시겠습니까. 조선 중기 문신 고산 윤선도가 보길도에 조성한 원림은 저도 처음엔 그냥 옛날 별장 정도로 생각하고 갔다가, 현장에서 완전히 생각이 바뀐 곳입니다.별서정원, 공간을 나누되 하나로 잇다일반적으로 조선시대 정원은 집 주변의 작은 공간에 국한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보길도 윤선도 원림은 그 통념을 완전히 벗어납니다. 이곳은 별서정원(別墅庭園)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별서정원이란 본 거주지에서 떨어진 곳에 따로 조성하는 정원으로, 은거와 수양, 유희를 목적으로 만든 공간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꾸며놓은 마당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담아낸 공간 개념이라 보면 됩니.. 2026. 4. 16.
담양 소쇄원: 선비의 은둔이 빚어낸 한국 최고의 별서정원 화려한 꽃밭이 아닌, 자연의 물길과 바위를 그대로 정원의 일부로 끌어들인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전남 담양의 소쇄원입니다. 기묘사화라는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탄생했지만, 역설적으로 당대 문인들의 가사문학이 꽃피는 무대가 되었던 이 특별한 공간의 역사적 가치와 조경학적 특징을 94학번 조경학도의 시선으로 풀어봅니다.1. 별서정원 소쇄원: 세상과 거리를 두는 방식소쇄원은 단순한 별장이 아니라, 조광조의 제자 양산보가 은거를 위해 조성한 별서정원(別墅庭園)입니다.자연 지형에의 순응: 골짜기 물길인 계류(溪流)를 중심으로 건물을 배치하여 인위적인 훼손을 최소화했습니다.소쇄원사십팔영(瀟灑園四十八詠): 김인후가 남긴 48수의 시와 '소쇄원도' 판화는 정유재란으로 소실되었던 이 공간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핵심 사료.. 2026. 4. 16.
한국 건축은 곡선이다? 불국사 가구식 석축이 말하는 '직선의 미학 우리는 흔히 한국 전통 건축의 미학을 처마의 유려한 곡선에서 찾곤 합니다. 하지만 조경과 건축의 기저를 흐르는 뼈대는 의외로 정교하고 단단한 '직선'에 있습니다. 오늘은 그 정점에 서 있는 보물 제1745호 '불국사 가구식 석축'을 통해 한국 전통 조경이 경사 지형을 극복해온 놀라운 설계 논리를 살펴봅니다.1. 가구식 석축: 돌로 짠 목조의 뼈대가구식 석축(架構式 石築)은 말 그대로 돌(石)을 나무(木)처럼 다룬 신라 장인정신의 결정체입니다.격자 구조의 완성: 수직의 석주(기둥)와 수평의 인방석(연결 돌)을 목조 건물처럼 짜 맞추고, 그 사이를 자연석으로 채웠습니다. 이는 시각적인 안정감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견고함을 동시에 확보합니다.공간의 위계: 대웅전과 극락전 구역의 석축 단수를 다르게 구성하여 공간.. 2026.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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