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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45

박물관 마당을 다시 디자인하다 — 한국압화박물관 주변 경관조경 리모델링 낡은 포장, 방치된 수목, 맥락 없이 놓인 시설물들. 한국압화박물관 주변 마당은 박물관이 가진 콘텐츠의 깊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꽃과 식물을 압착해 예술로 승화시키는 박물관 앞에, 생기 없는 외부 공간이 놓여 있었다.2026년 4월, 이 공간을 새로 설계하는 일을 맡았다.현장이 말해주는 것들대상지는 크게 네 구역으로 읽혔다. 가로 7.5m, 너비 15m의 주진입부, 유리온실 앞 곰 모양 토피아리와 플랜트박스가 놓인 구역, 막구조 파고라가 있는 쉼터, 그리고 쌈지공원 입구까지. 기존 소나무들은 전지가 필요했고, 본관 앞 맷돌석 산책로 주변에는 수목이 난잡하게 식재돼 있었다. 공간을 이어주는 동선도 불분명했다.현황을 보면 설계의 방향이 보인다. 정리하고, 연결하고, 이 장소다운 이야기를 입히자.설.. 2026. 5. 14.
학교 중정이 숲이 되기까지 — 순천 청암고등학교 학교숲 설계기 2023년 봄, 전남 순천의 청암고등학교로부터 연락이 왔다.건물과 건물 사이 중정 공간, 1,170㎡(약 350평). 나무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공간이었다. 과도한 마운딩, 무분별한 식재, 프로그램 없는 방치. 552명의 학생들이 매일 지나다니면서도 사실상 외면하던 그 땅에, 학교숲을 만들어달라는 의뢰였다.단순한 조경 공사가 아니었다. 학생, 교직원, 학부모가 모두 참여하는 '도시형 학교숲·생태놀이터 조성사업'이었고, 나는 이 과정을 이끌어갈 촉진자로 선정됐다.1차 발표 — 현장은 솔직했다 (2023.07.17)7월, 추진위원회 2차 협의회. 현장 답사 결과를 공유했다.대상지는 본관과 별관 사이 중정 두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건물 북쪽에 위치한 탓에 하절기 이후에는 일조량이 심각하게 부족했.. 2026. 5. 13.
바다 위에 그린 숲 — 새만금 육상태양광 경관조성 프로젝트 처음 대상지를 밟았을 때, 솔직히 막막했다.전라북도 군산시 오식도동 인근 공유수면. 총면적 82,436㎡(약 24,981평). 한때 바다였던 땅 위에, 태양광 패널이 들어서기로 된 곳. 그리고 그 사이사이, 기술적·법적 이유로 패널을 설치할 수 없어 남겨진 제척부지. 나는 그 빈 땅에 사람이 쉬고 걷고 기억할 수 있는 풍경을 만들어야 했다.지하수위가 높고, 건조하면 사막처럼 푸석거리는 모래질 토양. 주변엔 태양광 발전시설 특유의 소음과 열기. 염해 피해를 고려하지 않으면 어떤 나무도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었다. 보통의 조경 대상지가 아니었다.그러나 바로 그 척박함이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됐다.있는 그대로를 디자인하다설계 초기, 팀 내에서 가장 많이 나눈 말이 있었다.*"있는 그대로를 살리자."*대상지 1.. 2026. 5. 12.
등산로 데크계단, 저절로 생긴 게 아닙니다 – 현장에서 직접 겪은 이야기 목차등산로 계단, 저절로 생긴 게 아닙니다누가, 어떻게 만드는 걸까합성목재 vs 천연목재 누구쪽이 나을까 등산로 계단, 저절로 생긴 게 아닙니다사회초년생 시절, 제가 처음 맡은 현장 프로젝트가 등산로 정비사업이었습니다. 지리산 국립공원 해발 1,000m 지점에 데크계단을 설치하는 작업이었는데, 솔직히 그전까지는 "이런 걸 도대체 누가 와서 만드는 걸까" 하고 그냥 지나쳤던 시설물이었습니다. 막상 제가 직접 그 자리에 서게 되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등산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인공 구조물이 자연경관을 해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만납니다. 그 마음도 이해는 됩니다. 처음 보면 딱딱한 데크가 산속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요.그런데 저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습니다. 자연 그대로.. 2026. 5. 12.
한국 전통 정원의 특징과 현대적 재해석 – 자연을 담은 공간의 철학 목차한국 전통 정원이란 — 채우지 않는 설계의 시작핵심 특징 다섯 가지불국사 석축과 종묘 — 현장에서 배운 공간의 언어졸업설계 "벽을 넘어서" — 음양오행을 도시에 심다도산서원 정우당 — 담과 연못이 함께하는 공간현대 조경에서 이것들을 어떻게 쓸까자주 묻는 질문한국 전통 정원이란 — 채우지 않는 설계의 시작솔직히 말하면, 처음 전통 정원을 공부할 때 별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냥 옛날 정원 아닌가, 나무 심고 연못 파고.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소쇄원을 처음 걸었을 때, 발이 저절로 느려지더라고요. 설명하기 어렵지만 공간이 뭔가를 말하는 것 같은 느낌. 나중에야 그게 '비움의 언어'라는 걸 알았습니다.한국 전통 정원의 핵심은 채우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서양 정원이 자연을 기하학적으로 .. 2026. 5. 6.
목재 이야기 — 조경 전문가가 직접 정리한 목재의 모든 것 조경 시설물을 설계하고 시공하면서, 목재만큼 자주 오해받는 재료도 없다는 걸 현장에서 반복해서 느꼈다. "불에 약하지 않나요?", "금방 썩는 거 아닌가요?" 이런 질문들. 이 글은 그 오해들을 풀고, 목재가 왜 21세기에도 가장 주목받는 건축·조경 재료인지를 직접 정리한 기록이다.목재란 무엇인가 — 가장 단순하고 가장 오래된 재료목재는 나무로 된 재료의 총칭이다.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으로 구성되며, 침엽수와 활엽수에 따라 구성 비율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이런 화학적 설명보다 내가 현장에서 먼저 배운 건 하나다.목재는 인간이 가장 오래, 가장 직관적으로 다뤄온 재료다.가공이 쉽고, 손에 익고, 자연 안에 있어도 이질감이 없다. 공원 산책로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드러날 때의 그 위화감과, .. 2026.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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