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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중정이 숲이 되기까지 — 순천 청암고등학교 학교숲 설계기 2023년 봄, 전남 순천의 청암고등학교로부터 연락이 왔다.건물과 건물 사이 중정 공간, 1,170㎡(약 350평). 나무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공간이었다. 과도한 마운딩, 무분별한 식재, 프로그램 없는 방치. 552명의 학생들이 매일 지나다니면서도 사실상 외면하던 그 땅에, 학교숲을 만들어달라는 의뢰였다.단순한 조경 공사가 아니었다. 학생, 교직원, 학부모가 모두 참여하는 '도시형 학교숲·생태놀이터 조성사업'이었고, 나는 이 과정을 이끌어갈 촉진자로 선정됐다.1차 발표 — 현장은 솔직했다 (2023.07.17)7월, 추진위원회 2차 협의회. 현장 답사 결과를 공유했다.대상지는 본관과 별관 사이 중정 두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건물 북쪽에 위치한 탓에 하절기 이후에는 일조량이 심각하게 부족했.. 2026. 5. 13.
바다 위에 그린 숲 — 새만금 육상태양광 경관조성 프로젝트 처음 대상지를 밟았을 때, 솔직히 막막했다.전라북도 군산시 오식도동 인근 공유수면. 총면적 82,436㎡(약 24,981평). 한때 바다였던 땅 위에, 태양광 패널이 들어서기로 된 곳. 그리고 그 사이사이, 기술적·법적 이유로 패널을 설치할 수 없어 남겨진 제척부지. 나는 그 빈 땅에 사람이 쉬고 걷고 기억할 수 있는 풍경을 만들어야 했다.지하수위가 높고, 건조하면 사막처럼 푸석거리는 모래질 토양. 주변엔 태양광 발전시설 특유의 소음과 열기. 염해 피해를 고려하지 않으면 어떤 나무도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었다. 보통의 조경 대상지가 아니었다.그러나 바로 그 척박함이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됐다.있는 그대로를 디자인하다설계 초기, 팀 내에서 가장 많이 나눈 말이 있었다.*"있는 그대로를 살리자."*대상지 1.. 2026. 5. 12.
등산로 데크계단, 저절로 생긴 게 아닙니다 – 현장에서 직접 겪은 이야기 목차등산로 계단, 저절로 생긴 게 아닙니다누가, 어떻게 만드는 걸까합성목재 vs 천연목재 누구쪽이 나을까 등산로 계단, 저절로 생긴 게 아닙니다사회초년생 시절, 제가 처음 맡은 현장 프로젝트가 등산로 정비사업이었습니다. 지리산 국립공원 해발 1,000m 지점에 데크계단을 설치하는 작업이었는데, 솔직히 그전까지는 "이런 걸 도대체 누가 와서 만드는 걸까" 하고 그냥 지나쳤던 시설물이었습니다. 막상 제가 직접 그 자리에 서게 되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등산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인공 구조물이 자연경관을 해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만납니다. 그 마음도 이해는 됩니다. 처음 보면 딱딱한 데크가 산속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요.그런데 저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습니다. 자연 그대로.. 2026. 5. 12.
한국 전통 정원의 특징과 현대적 재해석 – 자연을 담은 공간의 철학 목차한국 전통 정원이란 — 채우지 않는 설계의 시작핵심 특징 다섯 가지불국사 석축과 종묘 — 현장에서 배운 공간의 언어졸업설계 "벽을 넘어서" — 음양오행을 도시에 심다도산서원 정우당 — 담과 연못이 함께하는 공간현대 조경에서 이것들을 어떻게 쓸까자주 묻는 질문한국 전통 정원이란 — 채우지 않는 설계의 시작솔직히 말하면, 처음 전통 정원을 공부할 때 별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냥 옛날 정원 아닌가, 나무 심고 연못 파고.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소쇄원을 처음 걸었을 때, 발이 저절로 느려지더라고요. 설명하기 어렵지만 공간이 뭔가를 말하는 것 같은 느낌. 나중에야 그게 '비움의 언어'라는 걸 알았습니다.한국 전통 정원의 핵심은 채우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서양 정원이 자연을 기하학적으로 .. 2026. 5. 6.
목재 이야기 — 조경 전문가가 직접 정리한 목재의 모든 것 조경 시설물을 설계하고 시공하면서, 목재만큼 자주 오해받는 재료도 없다는 걸 현장에서 반복해서 느꼈다. "불에 약하지 않나요?", "금방 썩는 거 아닌가요?" 이런 질문들. 이 글은 그 오해들을 풀고, 목재가 왜 21세기에도 가장 주목받는 건축·조경 재료인지를 직접 정리한 기록이다.목재란 무엇인가 — 가장 단순하고 가장 오래된 재료목재는 나무로 된 재료의 총칭이다.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으로 구성되며, 침엽수와 활엽수에 따라 구성 비율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이런 화학적 설명보다 내가 현장에서 먼저 배운 건 하나다.목재는 인간이 가장 오래, 가장 직관적으로 다뤄온 재료다.가공이 쉽고, 손에 익고, 자연 안에 있어도 이질감이 없다. 공원 산책로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드러날 때의 그 위화감과, .. 2026. 5. 4.
친환경 목재 소재를 활용한 조경시설물 지지공법 — 현장 전문가가 직접 정리한 시공 이야기 데크를 놓고, 목교를 세우고, 생태공원 안에 산책로를 만드는 일들. 그 과정에서 늘 부딪혀 온 문제가 있었다. 철골 구조물이 그대로 드러나는 기존 공법의 한계였다. 이 글은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직접 연구하고 적용해 온 친환경 목재 소재를 활용한 조경시설물 지지공법에 대한 기록이다.기존 공법의 문제점 — 현장에서 직접 봐온 것들조경 데크와 목교 시공에서 오랫동안 쓰여온 방식은 철골/목제 혼합 구조다. 철골 구조물 위에 목재 데크를 올리는 방식인데, 현장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이 방법의 문제가 하나씩 드러난다.첫째, 미관 문제다. 철골 구조물이 그대로 노출되면 인공적인 느낌과 정형화된 색상이 자연 경관과 충돌한다. 생태공원이나 수변공원에 이런 구조물이 드러날 때 받는 위화감은 설계 의도를 크게 훼손한다.. 2026.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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