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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설계

트레싱지에서 스케치업까지 – 조경 설계 30년, 도구의 변천사

by 나무러버 2026. 6. 25.

 

조경 설계를 처음 배울 때 트레싱지 위에 로트링펜으로 선 하나하나를 그려나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30년, 지금은 스케치업 3D 모델링으로 40억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경험한 조경 설계 도구의 변천사를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1단계 – 손으로 그리던 시절: 트레싱지와 로트링펜

대학에서 조경을 배울 때는 모든 도면을 손으로 직접 그렸습니다. 얇고 반투명한 트레싱지 위에 로트링펜으로 선을 긋고, 식재 기호 하나하나를 정성껏 표현했습니다.

완성된 도면은 청사진 기계에 넣어 복사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아날로그적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도면의 기본기를 몸으로 익혔습니다. 선의 굵기, 기호의 의미, 축척의 개념… 손으로 그려봐야 진짜로 이해가 됩니다.

💡 로트링펜이란?
제도용 기술펜으로, 잉크를 일정한 굵기로 출력하는 정밀 펜입니다. 0.1mm부터 1.0mm까지 다양한 굵기가 있어 도면의 선 종류를 구분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2단계 – 전투캐드의 시대: AutoCAD와 생존 설계

졸업 후 취업을 앞두고 AutoCAD를 배워야 했습니다. 당시 오토캐드 R14 버전 6개월 정규 코스 학원비는 너무 비쌌고, 결국 한 달짜리 속성 과정으로 기초만 익힌 뒤 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현장에서 배우는 캐드를 업계에서는 '전투캐드'라고 부릅니다. 명령어 3~4가지만으로 도면을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LINE, OFFSET, TRIM… 이 세 가지면 기본 도면은 다 그렸습니다.

전투캐드의 특징
체계적인 교육 없이 실전에서 익히는 방식입니다. 설계회사 출신들이 처음부터 레이어 셋팅, 블록, 외부참조 등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과 달리, 현장파는 완성된 도면을 받아서 분석하며 독학으로 실력을 쌓아갑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실전 감각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3단계 – 스케치업과의 만남: 도구 하나가 프로젝트를 바꾸다

캐드만으로는 2D 평면도밖에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발주처와 클라이언트에게 설계 의도를 설명할 때 늘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스케치업(SketchUp)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회사 일이 뜸한 틈을 타 일주일 동안 사무실에서 유튜브만 보며 독학했습니다. 처음에는 데크 시공의 구조적인 부분을 3D로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했고, 차츰 공원 전체를 모델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새만금 경관조성 스케치업 조감도1 새만금 경관조성 스케치업 조감도2

▲ 스케치업으로 작업한 새만금 대규모 경관조성 프로젝트 3D 조감도

3D 모델에 애니메이션 효과까지 더하자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 당시 조경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퀄리티였고, 보고 및 승인 과정이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말로 설명하던 것을 화면으로 보여주니 발주처의 이해도가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4단계 – 캐드 도면으로 완성하는 실시설계

스케치업으로 설계 개념을 시각화한 뒤, 실제 시공을 위한 도면은 AutoCAD로 작업합니다. 등고선, 수목 위치, 포장 재료, 시설물 배치까지 모든 정보를 담은 공사계획평면도가 완성됩니다.

새만금 경관조성 식재계획도 교목 총괄

▲ AutoCAD로 작성한 식재계획도(교목 총괄) – 수목 종류, 규격, 수량이 모두 담겨 있다

2D 평면도만 봐서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스케치업 3D 조감도가 빛을 발합니다. 평면도는 시공자를 위한 도면, 조감도는 발주처와 주민을 위한 소통 도구입니다.

5단계 – 땅에서 완성되는 조경: 현장 시공

아무리 멋진 3D 모델이라도 결국 완성은 현장에서 이루어집니다. 설계도면대로 땅을 고르고, 수목을 심고, 연못을 만드는 과정은 수십 년 현장 경험이 있어야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새만금 경관조성 현장 시공 사진

▲ 시공 중인 현장 – 연못과 수목 식재 작업이 한창인 모습

도면 위의 곡선 하나가 현장에서는 수십 톤의 흙을 움직이는 작업이 됩니다. 설계자가 현장을 알아야 하는 이유, 현장 경험자가 설계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6단계 – 위성사진으로 확인하는 완성

새만금 경관조성 완공 위성사진

▲ 완공 후 위성사진 – 스케치업 조감도의 형태가 그대로 구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스케치업 3D 모델과 실제 완공된 공원의 형태가 거의 일치합니다. 설계에서 시공까지, 도구가 달라져도 결국 중요한 건 현장을 아는 설계자의 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정리 – 30년 도구 변천사

1990년대

트레싱지 + 로트링펜 + 청사진
손으로 직접 그리며 도면의 기본기를 익히다

2000년대 초

AutoCAD (전투캐드)
한 달 속성 후 현장에서 실전으로 익히다

2010년대

SketchUp (독학)
일주일 유튜브 독학 → 40억 프로젝트 수주

현재

AutoCAD + SketchUp 병행
2D 실시설계 + 3D 시각화로 완성도를 높이다

마치며

도구는 계속 바뀝니다. 트레싱지에서 캐드로, 캐드에서 3D로. 앞으로는 AI 설계 도구가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도구를 쓰든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현장을 발로 뛰며 쌓은 경험입니다. 도구는 그 경험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 설계의 본질은 언제나 사람과 공간을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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