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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시공

칡 덩굴제거 후에도 다시 올라오는 이유

by 나무러버 2026. 7. 25.

 

 

작년에 약을 쳤던 사면을 올해 7월에 다시 올라갔습니다. 준공까지 마친 구간입니다. 그런데 새로 뻗은 칡 줄기가 조림목 수관을 다시 덮고 있었습니다.

죽은 게 아니라 잠깐 누웠던 것이었습니다.

덩굴제거사업을 해본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약 뿌리면 잎은 노랗게 되는데, 다음 해에 또 올라온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약제를 의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러 번 실패를 겪고 나서 정리된 결론은 다릅니다. 약이 나쁜 게 아닙니다. 우리가 방제 방식을 바꿨고, 그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깊은 곳에는 아무도 잘 말하지 않는 발주 구조의 문제가 있습니다.


1. 예전에는 이렇게 했습니다

요약 — 주두부에 십자 상처를 내고 근사미를 면봉으로 도포했습니다. 느렸지만 확실히 죽었습니다.

덩굴방제 초기에 하던 방식이 있습니다.

낙엽과 잡관목을 걷어내고 주두부를 찾습니다. 지면과 맞닿은 뿌리 목 부분입니다. 여기에 낫이나 칼로 십자 모양 상처를 냅니다. 그리고 면봉에 근사미를 묻혀 그 상처에 직접 도포합니다.

개체 하나하나를 손으로 잡는 작업입니다. 진도는 형편없이 느립니다. 그런데 죽었습니다. 확실하게 죽었습니다.

효과가 좋았던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약제가 달랐습니다. 근사미의 주성분은 글라이포세이트입니다. 체관을 타고 당분과 함께 이동하는 완전 이행형이라 뿌리, 지하경, 저장 기관까지 아주 잘 내려갑니다. 다년생 숙근성 잡초를 죽이는 데 이만한 성분이 드뭅니다.

전달 경로가 달랐습니다. 잎에 뿌리면 약제가 큐티클 층을 통과해야 하고 비산·유실·강우 손실이 생깁니다. 주두부에 상처를 내고 직접 도포하면 손실 없이 도관과 체관에 바로 들어갑니다. 십자로 상처를 냈던 이유가 정확히 이것입니다.

즉 이 방식은 뿌리를 죽이는 약을, 뿌리로 바로 넣는 방법이었습니다.

2. 칡의 본체는 눈에 보이는 덩굴이 아닙니다

요약 — 덩굴은 결과물이고 본체는 땅속 저장근입니다. 저장근을 건드리지 못하면 1년 유예일 뿐입니다.

칡은 콩과 덩굴성 목본입니다. 흔히 외래종으로 오해하는데 한국 자생식물입니다. 이 땅의 기후와 토양에 완벽히 적응했다는 뜻이고, 그래서 방제가 어렵습니다.

구조는 세 층입니다.

부위 특징 방제 의미
지상부 한 해 10m 이상, 마디마다 발근 예초 대상. 잘라도 재생
주두부 지면과 맞닿은 뿌리 목, 눈이 밀집 살아 있으면 반드시 재발
저장근 지하 1~2m, 큰 것은 수십 kg 재생 에너지원. 진짜 본체

우리가 방제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덩굴은 결과물입니다. 저장근에 손상을 주지 못하는 처리는 무엇을 해도 1년 유예에 그칩니다.


3. 그런데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요약 — 지금은 하늘아래(플루록시피르) 경엽처리가 표준입니다. 나쁜 약은 아닙니다. 다만 효과가 좋아서 바뀐 게 아닙니다.

어느 시점부터 주두부 도포는 사라지고 경엽처리 중심으로 넘어갔습니다. 지금 산림청 덩굴제거사업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약제는 경농의 하늘아래 미탁제입니다. 주성분은 플루록시피르멥틸 8.5%, 피리딘계 합성 옥신 제초제입니다.

  • 선택성 — 광엽식물에만 작용하고 벼과(잔디·억새·대나무·띠풀)에는 거의 활성이 없습니다
  • 이행형 — 잎으로 흡수돼 식물체 내부를 이동합니다
  • 강한 토양 흡착 — 경사지에서 흘러내리지 않아 강우에도 처리 구간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산림생태복원 기술대전 수상 이력도 있고 지자체에서 폭넓게 씁니다. 나쁜 약이 아닙니다. 문제는 왜 바뀌었는가입니다.


4. 방식이 바뀐 다섯 가지 이유

요약 — 효과를 내주고 편의성과 안전성을 얻은 교환이었습니다. 다만 그 교환을 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① 품이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주두부를 전부 찾아야 하고, 면봉 도포는 개체별 작업이라 진도가 안 납니다. 면적(ha)으로 발주하는 구조에서 단가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② 작업자 안전 문제가 컸습니다. 급경사에서 낙엽을 헤집고 지면에 손을 넣는 작업입니다. 뱀, 땅벌, 말벌이 정확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여름철 온열질환도 문제입니다.

③ 글라이포세이트는 비선택성입니다. 도포법이라 비산은 거의 없지만, 조림지에서 실수 한 번이면 조림목이 죽습니다. 관급 사업에서 감독하기 어려운 리스크입니다.

④ 글라이포세이트가 사회적으로 부담스러워졌습니다. 2015년 국제암연구소(IARC)의 2A군 분류 이후 공공사업에서 쓰기가 불편해졌습니다. 그 자리를 "덩굴제거 전문 등록 약제"라는 명분이 있는 선택성 제품이 채웠습니다.

⑤ 품셈과 검수가 표준화된 방식을 요구합니다. 경엽처리는 설계와 정산이 깔끔합니다. 개체별 도포는 물량 산출과 검수가 어렵습니다. 발주 구조가 방제 방식을 결정한 셈입니다.


5. 지금 방식이 실패하는 기술적 지점

요약 — 시기가 어긋나고, 약제가 깊은 뿌리까지 못 가고, 주두부를 놓치고, 1회로 끝나고, 실패가 기록되지 않습니다.

처리 시기가 어긋납니다

식물체 안의 양분 이동 방향은 계절에 따라 바뀝니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뿌리의 저장 양분을 끌어올리는 상향 이동기, 개화 이후 늦여름부터는 잎이 만든 양분을 뿌리에 저장하는 하향 이동기입니다.

이행형 제초제는 이 흐름을 탑니다. 양분이 뿌리로 내려가는 시기에 처리해야 약제도 저장근까지 따라 내려갑니다.

칡은 8월에 꽃이 핍니다. 개화 이후인 8월 중순부터 9월까지가 저장근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시기입니다.

5~7월 왕성한 생장기에 처리하면 잎은 확실히 갈변합니다. 눈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저장근은 온전한 상태로 겨울을 넘깁니다.

플루록시피르는 깊은 뿌리까지 가는 힘이 약합니다

같은 합성 옥신 계열이라도 성분별로 이동 범위가 다릅니다. 플루록시피르는 잎에서의 흡수와 초기 살초력은 좋지만 심부 저장근까지의 이행력은 제한적입니다. 토양 잔효도 짧아 이듬해 재발생 억제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수십 kg짜리 저장근을 가진 노령 개체를 1회 경엽처리로 고사시키는 건 애초에 무리한 기대입니다.

주두부를 놓칩니다

칡은 마디마다 뿌리를 내리므로 겉으로 몇 줄기처럼 보여도 실제 뿌리 목은 여러 개입니다. 낙엽과 잡관목에 덮인 주두부는 반드시 남습니다. 잎에 뿌리는 방식으로는 수관 위 덩굴에만 약이 닿고 그늘에 깔린 개체는 살아남습니다.

1회성 시공으로 끝납니다

칡 방제의 원리는 저장근의 양분을 소모시키는 것입니다. 최소 2~3년, 연 2~3회 반복이 전제입니다. 그런데 사업 구조는 한 해 처리하고 준공입니다.

사후 점검이 없습니다

준공 검사 시점에는 잎이 갈변해 있으니 효과가 확인됩니다. 실패는 이듬해 6월에 나타나는데 그때는 이미 사업이 종료된 뒤입니다.


6.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요약 — 이듬해 6월을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이게 이 사업의 구조적 결함입니다.

위 내용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그런데도 현장이 안 바뀌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작업 시기는 대개 여름, 장마철에 가깝습니다. 시공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덩굴이 다시 납니다. 작업 표시가 나면 됩니다. 덩굴 제거는 둘째고, 작업을 하고 공사비를 수령하는 게 첫째입니다. 감리가 사면 전체를 확인할 수는 없으니 시공자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넘어갑니다.

이건 시공사를 탓할 일이 아닙니다. 그 돈에 그만큼밖에 하지 못합니다. 이문을 많이 남기는 사업도 아닙니다.

이듬해 6월을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발주자는 ha 실적으로 평가받고, 시공자는 준공으로 대가를 받고, 감리는 준공 시점의 갈변으로 판단합니다. 세 주체 모두 실제 방제 성과와 무관한 지표로 움직입니다. 실패는 발생하지만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기록되지 않으니 개선 압력도 생기지 않고, 같은 방식이 다음 해에 반복됩니다.

그래서 해결책은 "성실하게 하자"가 아닙니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이듬해를 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 한 지점만 바뀌면 나머지가 따라 정렬됩니다.


7. 해결 방안 — 효과가 큰 순서로

요약 — 다년 계약, 성과지표 전환, 유보금 검수, 표본·기록 기반 감리, 품셈 세분화, 시기 명시. 마지막이 가장 쉽고 효과도 큽니다.

① 다년 계약 — 가장 근본적입니다

3년 단위로 한 업체에 발주합니다. 첫해에 대충한 결과를 자기가 2년 더 감당하게 되니, 첫해에 제대로 하는 게 시공자에게 이익이 됩니다.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계약 근거가 있고, 조림 사후관리는 이미 다년으로 운영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칡 방제의 원리 자체가 3년 반복인데 계약이 1년이면, 계약 형태가 사업 목적과 어긋나 있는 셈입니다.

② 성과지표를 면적에서 조림목으로

지금 실적은 ha입니다. 그러면 넓게 얕게 하는 게 이기는 게임이 됩니다. 지표가 조림목 생존율이나 피압목 해소율로 바뀌면 좁게 확실히 하는 게 유리해집니다. 예산이 한정돼 있다면 피압이 심한 구간만 3년 집중하는 게 실효가 큰데, 지금 지표로는 그렇게 하면 실적이 깎입니다.

③ 검수 시점을 이듬해로 옮깁니다

계약금액의 15~20%를 유보하고 이듬해 6~7월 표본조사 후 지급합니다. 재발생률이 기준을 넘으면 재시공 또는 유보금 미지급.

이것만으로 이듬해를 보는 사람이 생깁니다. 시공자가 스스로 봅니다. 소규모 업체의 자금 부담이 단점이므로 유보 비율은 낮게 잡고 다년 계약과 묶어 분산합니다.

④ 전수 확인은 포기하고 표본·기록으로 갑니다

감리가 사면 전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건 사실이고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 방형구 검수 — ha당 3~5개소, 10×10m 방형구를 무작위 지정해 주두부 처리 개체수를 셉니다. 위치는 착수 후 통보
  • 지오태깅 사진 — 처리 전/후 사진에 좌표와 시각이 기록됩니다. 스마트폰으로 충분합니다. 개체별 도포 방식이 오히려 검수에 유리해집니다
  • 드론 정사영상 — 시공 전, 준공 시, 이듬해 6월 세 번 촬영해 칡 피복률을 비교합니다. 방제용이 아니라 검수용 드론입니다. 규제 문제도 없고 비용도 낮습니다

⑤ 품셈이 없으면 어떤 감리도 품질을 못 만듭니다

"그 돈에 그만큼밖에 하지 못한다"가 이 문제의 절반입니다. 주두부 도포를 요구하려면 품셈에 주두부 처리 품이 있어야 합니다. 없는 작업을 요구하면 부당 요구가 됩니다. 표준품셈에서 덩굴류 제거를 주두부 직경별·처리 방식별로 세분화해야 합니다.

물량 산출을 면적에서 개체수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할 만합니다. 칡 밀도가 열 배 다른 두 사면에 같은 ha 단가를 적용하면 밀도 높은 곳은 반드시 부실해집니다.

⑥ 착수 시기 명시 — 비용 0원, 효과 최대

착수 시기를 8월 중순 이후로 계약서와 특기시방에 명시하는 것. 돈이 들지 않는데 효과 차이가 가장 큽니다.

지금은 장마철에 가까운 시기에 작업이 들어갑니다. 약효도 나쁘고 작업자 온열질환·벌 쏘임 위험도 최고조입니다. 시기를 늦추면 약효와 안전이 동시에 개선됩니다.

걸림돌은 회계연도가 아닙니다. 9~11월 시공은 회계연도 안에 충분히 들어갑니다. 진짜 걸림돌은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목표입니다. 계절성이 명확한 사업은 조기집행 실적 산정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8. 당장 할 수 있는 것 두 가지

요약 — 예산 증액도 제도 개정도 필요 없습니다. 설계자가 두 줄만 쓰면 됩니다.

여섯 개를 다 하는 건 제도 개편입니다. 지금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건 둘입니다.

하나. 설계 단계에서 착수 시기를 특기시방에 넣습니다. 설계에 들어가면 시공자도 감리도 따릅니다.

둘. 표본 방형구와 지오태깅 사진 제출을 시방서에 넣습니다. 감리가 전수를 못 봐도, 표본을 못 볼 이유는 없습니다.

이 둘은 예산도 제도 개정도 필요 없습니다. 설계자가 쓰면 됩니다.


마무리 — 결국 이 식물을 잘 몰랐던 겁니다

칡 방제가 실패하는 이유는 약제 성능이 아니었습니다. 땅속에 있는 본체를 보지 않고 눈에 보이는 덩굴만 상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도록 사업 구조가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약을 바꾸는 것보다 시기를 바꾸는 게 효과가 크고, 방식을 바꾸는 게 더 크고, 1년 사업을 3년 계획으로 바꾸는 게 가장 큽니다. 그런데 비용은 정확히 역순으로 듭니다. 그래서 대부분 첫 번째에서 멈춥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는 칡을 아직도 외래 침입종처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칡은 이 땅의 자생식물입니다. 『동의보감』에 갈근이 나오고, 갈포로 옷을 짜고, 흉년에는 칡전분으로 끼니를 이었습니다. 한때는 캐내려고 산에 올라갔던 식물입니다.

그런 식물이 왜 지금은 베어내야 하는 대상이 됐을까요. 그리고 정작 이 칡이 지구 반대편에서 어떤 일을 벌였는지 아시나요. 미국 남부는 지금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칡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1876년 필라델피아였습니다.

방제 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이 식물이 어떤 존재였는지 한 번 보시면, 접근이 달라집니다.


이 글은 산림 및 조경 현장에서의 덩굴 방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약제 사용 시에는 반드시 제품 라벨의 안전사용기준과 적용 대상, 등록된 사용방법을 확인하시고, 관급 사업의 경우 설계서 및 감독관 지시를 따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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