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이웃한 두 산주가 같은 날 "소나무를 베고 다른 나무를 심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한 명은 했고, 한 명은 거절했습니다.
· 거절한 이유는 "내 소나무는 멀쩡한데 왜 나무값을 안 주냐"였습니다.
· 그런데 나무값은 사 줄 사람이 있을 때만 값입니다. 5년 뒤 두 사람의 지갑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산을 가지고 계신가요? 아니면 부모님이 산을 가지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얼마 전, 산을 맞대고 있는 두 산주가 똑같은 제안을 받았습니다.
"재선충이 번지기 전에 소나무를 모두 베고,
병에 안 걸리는 나무로 바꿔 심읍시다."
한 사람은 "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누가 맞았을까요? 끝까지 읽어보시고 여러분이라면 어느 쪽을 택할지 댓글로 남겨 주세요.
목차
1. 먼저, 재선충이 뭐길래
2. 두 산주, 같은 제안 다른 대답
3. 벌목업자의 계산은 또 다르다
4. 나무값은 사 줄 사람이 있을 때만 값이다
5. 5년 뒤, 두 산주의 지갑
6. 내 산은 어느 쪽일까? 1분 자가진단
7. 그래도 안 하는 게 맞을 때
8. 자주 묻는 질문
1. 먼저, 재선충이 뭐길래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립니다.
솔수염하늘소라는 벌레가 소나무를 갉아먹을 때, 몸속에 있던 아주 작은 선충이 소나무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소나무는 물을 빨아올리지 못하고 말라 죽습니다.
무서운 점은 딱 두 가지입니다.
- 걸리면 예외 없이 죽습니다. 아직 치료약이 없습니다.
-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피해 나무가 2022년 약 38만 그루에서 2026년 약 177만 그루로 늘었습니다.
지난 5년간 이 병을 막는 데 4천억 원이 넘게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피해는 4배 넘게 불어났습니다.

2. 두 산주, 같은 제안 다른 대답
다시 두 산주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편의상 산주 A와 산주 B라고 부르겠습니다.
| 산주 A — "하겠습니다" | 산주 B — "안 하겠습니다" |
|---|---|
| "어차피 언젠가 걸릴 거라면, 지원받을 수 있을 때 정리하는 게 낫다." | "내 소나무는 지금 멀쩡하다. 멀쩡한 나무를 베는데 나무값을 안 준다니 말이 되나?" |
솔직히 말하면, 산주 B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평생 지켜온 산입니다. 수십 년 키운 소나무가 멀쩡하게 서 있는데, 돈 한 푼 못 받고 베어내라고 하면 누구라도 서운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인물이 한 명 더 있습니다.
3. 벌목업자의 계산은 또 다르다
나무를 실제로 베고 실어 나르는 사람, 벌목업자입니다.
벌목업자는 산주 B의 요구를 듣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무값까지 주면 남는 게 없습니다.
그럼 저는 조건 좋은 다른 산에 가서 하겠습니다."
왜 이렇게 나올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한 벌채는 일반 벌목과 다릅니다. 잔가지까지 모두 파쇄해서 처리해야 합니다. 일반 벌목처럼 좋은 목재만 골라 비싸게 파는 구조가 아닙니다.
실제로 피해목 처리에 대한 한 경제성 분석을 보면, 같은 나무라도 처리 방법에 따라 값이 이렇게 달라집니다.
| 처리 방식 | 톤당 값 (분석 모델 기준) |
|---|---|
| 훈증 처리한 원목 | 약 16만 5천 원 |
| 산업용 목재 | 약 8만 8천 원 |
| 파쇄한 칩 | 약 3만 원 |
그리고 전부 파쇄만 하면 버는 돈보다 드는 돈이 더 많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벌목업자 입장에서는 작업비가 같다면 길이 좋고 경사가 완만한 산으로 가는 게 당연합니다.
결국 산주 B가 "나무값 달라"고 하면, 업자는 그냥 다른 산으로 갑니다.
4. 나무값은 사 줄 사람이 있을 때만 값이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산주 B는 "내 나무는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값은 누가 사 줄 때 비로소 돈이 됩니다.
사 줄 사람이 없는 나무값은
장부에만 있는 값입니다.
그리고 재선충이 가까이 올수록 이 값은 오르지 않고 내려갑니다.
왜냐하면 재선충이 생긴 지역은 법으로 묶이기 때문입니다. 발생지역과 그 주변 2km 안의 마을 전체가 소나무를 마음대로 옮기지 못하는 구역이 됩니다. 발생 경보가 나오고 나면 그 구역 안에서는 소나무를 베는 것도 막힙니다.
상태가 아무리 좋아도, 팔 수 없는 나무가 되는 겁니다.
5. 5년 뒤, 두 산주의 지갑
그럼 5년 뒤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가능한 시나리오를 모두 펼쳐 보겠습니다.
산주 A — 지금 참여한 경우
- 지금: 나무값은 0원. 대신 벌채는 사업으로 처리됩니다.
- 3년 안: 다른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조림비를 지원하는 지자체가 있지만 지역마다 다릅니다.
- 5년 뒤: 재선충 걱정이 없습니다. 내 산이 이웃 산에 병을 옮길 일도 없습니다.
산주 B — 거절한 경우, 갈림길 네 개
| 시나리오 | 5년 뒤 산주 B의 상황 | 결과 |
|---|---|---|
| ① 끝까지 안 걸린다 | 소나무를 지켰고, 나중에 팔 수도 있다 | B의 승리 |
| ② 근처에서 발생한다 | 구역으로 묶여 상태가 좋아도 베지도 팔지도 못한다 | 나무값 동결 |
| ③ 내 산이 걸린다 | 나무값은 0에 가깝고, 방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죽은 나무가 쓰러지면 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손해 |
| ④ 법이 바뀐다 | 산주 동의 없이도 피해목을 처리할 수 있게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면 협상할 여지 자체가 줄어든다 | 선택권 상실 |
네 갈림길 중에서 산주 B가 이기는 길은 ①번 하나입니다.
나무값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 산값도 흔들립니다
붉게 죽은 소나무가 서 있는 산, 재선충 구역으로 묶인 산을 사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는 사람이 고사목 정리와 다시 나무를 심는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산을 팔거나 자녀에게 물려줄 계획이 있다면, 나무값뿐 아니라 산값도 함께 따져 봐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지금은 나라와 지자체가 비용을 대 주는 사업이 있지만, 그 돈은 이미 모자랍니다. 어느 도는 내년 방제비로 국비 200억 원을 요청했는데 확보된 건 69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2024년에는 베어야 할 죽은 나무의 4분의 1가량을 예산과 시간이 부족해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있는 지원이 5년 뒤에도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6. 내 산은 어느 쪽일까? 1분 자가진단
아래 항목 중 몇 개에 해당하는지 세어 보세요.
| ✔ | 체크 항목 |
|---|---|
| ☐ | 우리 산 주변에 붉게 말라 죽은 소나무가 보인다 |
| ☐ | 지자체에서 재선충 관련 안내문이나 수종전환 동의서를 받았다 |
| ☐ | 우리 산은 거의 소나무만 있다 |
| ☐ | 산이 마을, 도로, 집, 묘지 가까이에 있다 |
| ☐ | 멀리 살아서 산에 자주 가 보지 못한다 |
3개 이상이라면 산주 A 쪽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실 때입니다. 특히 첫 번째 항목에 해당한다면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1개 이하라면 지금 당장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1년에 한두 번은 산에 가서 붉게 변한 나무가 없는지 살펴보세요.
7. 그래도 안 하는 게 맞을 때
공정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수종전환이 무조건 정답은 아닙니다.
- 주변에 재선충 발생이 전혀 없는 깊은 산이라면 지켜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 활엽수가 많이 섞인 숲은 소나무가 죽어도 다른 나무가 자리를 채워 숲이 유지되기 쉽습니다.
- 나무를 모두 벤 산은 집중호우 때 산사태 위험이 커집니다. 경사가 급한 곳은 신중해야 합니다.
- 전문가 중에는 "수종전환은 병을 막는 게 아니라 나무를 바꾸는 것뿐"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남들이 하니까"가 아니라, 내 산의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8. 자주 묻는 질문
Q. 수종전환을 하면 산주가 돈을 내야 하나요?
나무값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벌채 후 다시 나무를 심는 비용은 지자체가 지원하는 경우가 있지만, 지원 비율과 조건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동의서를 내기 전에 시·군 산림부서에 꼭 물어보세요.
Q. 지금 일반 벌목으로 팔면 나무값을 받을 수 있지 않나요?
아직 우리 지역이 재선충 구역으로 묶이지 않았고, 사 줄 업자가 있다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구역으로 묶이면 그 길이 막힙니다. 그리고 일반 벌목 후의 조림 책임과 비용도 함께 따져 보셔야 합니다.
Q. 우리 산이 수종전환 대상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산이 있는 시·군청 산림부서에 지번을 알려주고 "올해나 내년 수종전환 사업 대상에 들어가는지" 물어보시면 됩니다.
Q. 연락처가 바뀌었는데 괜찮을까요?
꼭 연락처를 정리해 두세요. 산주와 연락이 닿지 않아 방제가 늦어지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마치며
산주 B를 비난하려고 쓴 글이 아닙니다. 멀쩡한 나무를 돈 한 푼 못 받고 베라는데 망설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만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재선충 앞에서 소나무 값은
기다릴수록 오르지 않습니다.
지금 내리는 선택이 5년 뒤 내 지갑을 바꿉니다.
다음 글에서는 수종전환을 하기로 했다면 동의서에 서명하기 전, 업체와 계약할 때 꼭 확인할 것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여러분이라면 산주 A인가요, 산주 B인가요?
"나라면 그래도 나무값은 받아야 한다", "나라면 지원받을 때 정리하겠다" 어느 쪽이든 좋습니다. 이유와 함께 댓글로 남겨 주세요. 부모님 산 때문에 고민 중이신 분들의 이야기도 환영합니다.
✍️ 글쓴이: 지우 · 조경·산림 현장 실무자
참고: 산림청 자료 기반 국회 분석(재선충 피해목·방제비, 2026), SBS 「예산은 왜 부족한가」(2024), 뉴스홈 「충남·태안 '산업화 방제'」(2026), 굿모닝경제 「재선충 피해목, 산주 동의 없이 처리」 특별법 개정 요구(2026),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지침
※ 지원 조건과 규정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관할 시·군에 확인하세요. 이 글은 법률·재무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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