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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설계16

바다 위에 그린 숲 — 새만금 육상태양광 경관조성 프로젝트 처음 대상지를 밟았을 때, 솔직히 막막했다.전라북도 군산시 오식도동 인근 공유수면. 총면적 82,436㎡(약 24,981평). 한때 바다였던 땅 위에, 태양광 패널이 들어서기로 된 곳. 그리고 그 사이사이, 기술적·법적 이유로 패널을 설치할 수 없어 남겨진 제척부지. 나는 그 빈 땅에 사람이 쉬고 걷고 기억할 수 있는 풍경을 만들어야 했다.지하수위가 높고, 건조하면 사막처럼 푸석거리는 모래질 토양. 주변엔 태양광 발전시설 특유의 소음과 열기. 염해 피해를 고려하지 않으면 어떤 나무도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었다. 보통의 조경 대상지가 아니었다.그러나 바로 그 척박함이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됐다.있는 그대로를 디자인하다설계 초기, 팀 내에서 가장 많이 나눈 말이 있었다.*"있는 그대로를 살리자."*대상지 1.. 2026. 5. 12.
한국 전통 정원의 특징과 현대적 재해석 – 자연을 담은 공간의 철학 목차한국 전통 정원이란 — 채우지 않는 설계의 시작핵심 특징 다섯 가지불국사 석축과 종묘 — 현장에서 배운 공간의 언어졸업설계 "벽을 넘어서" — 음양오행을 도시에 심다도산서원 정우당 — 담과 연못이 함께하는 공간현대 조경에서 이것들을 어떻게 쓸까자주 묻는 질문한국 전통 정원이란 — 채우지 않는 설계의 시작솔직히 말하면, 처음 전통 정원을 공부할 때 별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냥 옛날 정원 아닌가, 나무 심고 연못 파고.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소쇄원을 처음 걸었을 때, 발이 저절로 느려지더라고요. 설명하기 어렵지만 공간이 뭔가를 말하는 것 같은 느낌. 나중에야 그게 '비움의 언어'라는 걸 알았습니다.한국 전통 정원의 핵심은 채우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서양 정원이 자연을 기하학적으로 .. 2026. 5. 6.
창덕궁 후원, 조경가의 눈으로 걷다 나는 조경을 업으로 삼은 지 꽤 됐다. CAD 도면을 그리고, 수목 리스트를 뽑고, 시공 현장을 뛰어다니는 일상. 그런 내가 창덕궁 후원에 들어서면, 매번 연필을 내려놓고 싶어진다. 이 공간 앞에서는 '설계'라는 말이 민망해진다.후원 입구, 첫 발을 들이는 순간돈화문을 지나 후원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고, 안내를 받아 숲길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미 다른 세계다.도심 한복판인데 갑자기 새소리만 들린다.조경가로서 이 진입 동선을 분석하면, 일부러 숲을 통과하게 만들어 '전이 공간'을 확보한 것이다. 궁궐의 일상 공간에서 후원의 비일상 공간으로 넘어가는 심리적 완충 구간. 현대 조경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인데, 조선시대 조경가들은 이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울창한 나무들 사이 좁은 길을 5분쯤 .. 2026. 5. 2.
한국·중국·일본 정원, 직접 걸어보고 알게 된 것들 유럽 정원을 다 돌아보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우리 아시아 정원은 어떤 철학을 담고 있을까?" 그 질문 하나가 나를 창덕궁 후원으로, 쑤저우의 골목으로, 교토의 이른 아침으로 이끌었다.유럽과는 전혀 다른 출발점유럽 정원을 경험한 직후 아시아 정원을 보면, 첫 반응이 대부분 비슷하다.*"왜 이렇게 작지?"**"왜 이렇게 숨겨져 있지?"*프랑스 베르사유처럼 광활하게 펼쳐지는 압도감도 없고, 영국 큐 가든처럼 탁 트인 잔디밭도 없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시아 정원은 다른 방식으로 빨아들인다. 유럽 정원이 '보여주는' 정원이라면, 아시아 정원은 '느끼게 하는' 정원이라는 걸 알게 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한국 정원 — 자연에 스며드는 겸손한 아름다움정원이 자연을 흉내 내지 않는.. 2026. 5. 2.
영국·프랑스·이탈리아 정원, 직접 걸어보고 알게 된 것들 유럽 여행에서 박물관과 카페만 돌아다니던 내가, 어느 날 정원 하나에 발목이 잡혔다. 그 이후로 세 나라의 정원을 일부러 찾아다니게 됐고, 지금은 정원 스타일을 보면 그 나라의 미감과 철학이 보인다는 걸 느낀다.처음엔 그냥 지나쳤던 공간솔직히 말하면, 처음 유럽에 갔을 때 정원은 그냥 '배경'이었다. 사진 찍기 좋은 곳, 잠깐 쉬는 곳. 그런데 파리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 한 시간 넘게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이게 그냥 꽃밭이 아니구나."그날 이후로 나는 정원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유럽이지만 세 나라의 정원은 놀라울 만큼 달랐고, 그 차이를 알고 나니 여행이 훨씬 깊어졌다. 프랑스 정원 —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방식완벽한 대칭, 통제된 아름다움프랑스 정원의.. 2026. 5. 2.
정원의 완성은 담장이다: 위요감을 만드는 설계 원리와 소재별 특징 총정리 설계도면 위의 선 하나가 실제 공간에서는 아늑한 휴식처를 만들기도, 답답한 벽이 되기도 합니다. 담장은 단순히 경계를 짓는 도구가 아니라, 정원의 위요감(Enclosure)을 결정하는 핵심 건축 요소입니다. 오늘은 조경가로서 현장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담장의 높이와 소재, 그리고 식재와의 조화로운 설계법을 정리해 드립니다.1. 3차원 공간의 마법: 담장이 만드는 위요감평면도에서는 보이지 않는 담장의 높이가 실제 거주자가 느끼는 안락함을 결정합니다.위요감(Enclosure): 공간이 적절히 둘러싸여 있을 때 느끼는 포근한 감각입니다. 담장 높이를 10cm만 조정해도 프라이버시와 개방감의 균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법규와 설계의 조화: 주거지역 내 담장은 대개 1.2m~2.0m 사이에서 제한되므로 [01].. 2026.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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